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삼국지연의 제9회 포제흉곽범경(1)

by 장만리 2024. 12. 15.

제9회

除暴凶呂布助司徒 犯長安李傕聽賈詡
제폭흉여포조사도 범장안이각청가후

흉포한 자를 제거하는 여포와 왕윤, 장안을 침범하는 이각과 가후의 계책

 

"布除凶傕犯京" 포제흉곽범경 여포는 흉악한 자를 제거하고, 이각은 경성을 침범하다

동탁과 이유의 계책

 

동탁과 부딪힌 이는 바로 그의 책사 이유였다. 

이유는 동탁을 부축하여 서재로 데리고 가 자리를 잡고 앉히며 묻는다.

“어찌하여 여기에 왔는가?”

이유는 이렇게 답한다.
“제가 승상부 대문에 이르러 태사께서 노하여 후원에서 여포를 찾으신다기에 급히 갔습니다. 

그러다 여포가 달아나는 것을 보았는데, 그는 '태사께서 날 죽이려 한다!'라고 외쳤습니다. 

이에 급히 후원으로 달려갔지만 뜻밖에 은상(각하)과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동탁은 분노하며 외친다.
“그 역적 놈! 내 애첩을 희롱하다니, 반드시 죽여야겠다!”

이유는 조용히 충고한다.
“각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옛날 초나라 장왕이 애첩과 장수를 둘러싼 문제를 관대히 넘기지 않았습니까? 

그 장수는 나중에 진나라와의 전쟁에서 장왕을 목숨 걸고 구했습니다. 

지금 초선은 단지 한 여인일 뿐이지만, 여포는 태사의 심복이자 용맹한 장수입니다. 

이 기회에 초선을 여포에게 주신다면, 그는 큰 은혜를 입고 평생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태사께서 신중히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동탁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며 말한다.
“네 말이 옳구나. 내가 생각해 보겠다.”

이유는 절하며 물러난다.

 

초선의 눈물, 동탁의 흔들리는 마음

 

동탁이 후당(뒷채)에 들어가 초선을 불러 물었다.

“네가 어떻게 여포와 사통 했느냐?”

초선은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소첩은 후원에서 꽃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포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놀라 피하려 하자, 여포는 ‘나는 태사의 아들인데 왜 피하려 하느냐?’라고 말하며, 극을 들고 봉의정까지 소첩을 쫓아왔습니다. 

그의 나쁜 의도를 알고 핍박당할까 두려워 연못에 몸을 던져 죽으려 했습니다만, 그놈이 붙잡았습니다. 

죽고 사는 갈림길에서 다행히 태사께서 오셔서 제 생명을 구해주셨습니다.”

동탁이 말하기를,

“내가 너를 여포에게 주려 하는데 어떠냐?”

초선은 크게 놀라며 흐느껴 말했다.

“소첩의 몸은 이미 태사께 바쳐졌습니다. 

이제 갑자기 종놈에게 내려준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습니다!”

그리고는 벽에 걸린 보검을 뽑아 자결하려 했다. 

동탁은 황급히 초선의 손에서 검을 빼앗아 끌어안고 말했다.

“내가 너를 놀렸을 뿐이다!”

초선은 동탁의 품에 쓰러지며 얼굴을 감싸고 울면서 말했다.

“이것은 분명 이유의 계략입니다! 

이유는 여포와 친밀하니 이런 계책을 꾸며 태사의 체면과 소첩의 목숨을 조금도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저놈의 고기를 산 채로 씹어버리고 싶습니다!”

 

동탁의 우유부단, 그리고 초선의 눈물

동탁이 초선을 향해 말했다.

“내가 어찌 너를 버릴 수 있겠느냐?”

이에 초선이 대답했다.

“비록 태사님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곳에 오래 머물다가는 여포에게 해를 입을까 두렵습니다.”

동탁이 말했다.

“내일 너와 함께 미오로 돌아가 즐겁게 지내자. 걱정하지 마라.”

초선이 눈물을 닦고 절하며 감사 인사를 올렸다.

이튿날, 이유가 찾아와 말했다.

“오늘이 길일이니 초선을 여포에게 보내십시오.”

동탁은 말하기를,

“여포와 나는 부자지간이다. 쉽게 줄 수는 없다.

다만 그의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니, 좋은 말로 위로하라.”

이에 이유가 진언했다.

“태사님, 여인에게 현혹되시면 안 됩니다.”

동탁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럼 네 아내를 여포에게 줄 수 있느냐? 

초선에 대해 다시는 말하지 마라. 

또 말하면 목을 벨 것이다!”

이유는 쓸쓸히 물러나며 하늘을 보며 탄식했다.

“우리 모두 여자의 손에 죽겠구나!”

이 대목에 이르러 독자는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도의 묘책, 미인에게 맡기다

 

사도(왕윤)가 묘책을 미인(초선)에게 맡기니,
창과 병사 없이도 적을 무찌른다.
호로관에서의 세 번 싸움은 헛된 수고였건만,
승전가는 결국 봉의정에서 울려 퍼졌도다.

 

초선의 눈물, 여포의 탄식

동탁은 즉시 미오로 돌아가겠다고 명령을 내리자, 백관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초선은 수레 위에 앉아 먼 곳에서 여포가 군중 속에서 자기를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눈물을 흘리는 척하며 통곡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수레가 멀어질수록 여포는 언덕 위에서 말고삐를 느슨히 하며 떠나는 수레의 먼지를 바라보며 깊은 탄식과 통한을 느꼈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물었다.

“온후(여포)는 어째서 태사를 따라가지 않고 이곳에 남아 멀리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이오?”

여포가 돌아보니, 사도 왕윤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난 뒤 왕윤이 물었다.

“내가 요즘 약간의 병이 있어 문을 닫고 지내느라 장군을 뵙지 못한 지 오래였소. 

오늘 태사께서 미오로 떠난다고 하기에 병을 무릅쓰고 배웅을 나왔다가 장군을 뵙게 되어 기쁩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기서 깊은 한숨을 내쉬고 계신 것이오?”

여포가 말했다.

“바로 사도님의 따님 때문입니다.”

왕윤이 놀란 척하며 물었다.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단 말이오?”

여포는 울분에 차 대답했다.

“그 늙은 도적놈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멋대로 총애하고 있지 않습니까!”

 

분노의 여포와 계책의 왕윤

 

왕윤이 놀란 척하며 말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오!”

여포는 그간의 일을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왕윤은 하늘을 쳐다보며 발을 굴렀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래 지나서야 왕윤이 입을 열었습니다.

“태사가 짐승 같은 짓을 저지르다니요! 

내 딸을 탐하고, 장군의 아내가 될 사람을 빼앗아갔으니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소. 

하지만 그 웃음은 태사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오. 

나와 장군 모두가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오.”

여포의 분노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습니다. 

그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크게 외쳤습니다.

“이 늙은 도적놈을 가만둘 수 없다! 반드시 죽이고 이 치욕을 씻어내겠다!”

왕윤은 재빨리 여포를 달랬습니다.

“장군, 진정하시오. 

내가 실언했소이다. 

너무 화내지 마시오.”


 

여포의 맹세와 왕윤의 계책

 

 

여포가 분노하며 외쳤다.

“내 반드시 이 늙은 도적놈을 죽여 내 치욕을 씻겠다!”

왕윤은 급히 여포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장군, 조용히 하시오. 

이 늙은이가 곤경에 빠질 수 있소.”

여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대장부가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났으니, 어찌 남의 밑에서 오랜 세월 억눌리며 살 수 있겠소!”

왕윤이 가볍게 미소를 띠며 답했다.

“장군의 재능이라면, 진실로 동탁 같은 자가 감히 억누를 수 없을 것이오.”

그러나 여포는 머뭇거렸다.

“내 늙은 도적놈을 죽이고 싶지만, 이미 부자 관계라 세상이 나를 비난할까 두렵소.”

왕윤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장군은 성이 여(呂)이고, 동탁은 성이 동(董)입니다. 

창을 던질 때(투극 사건), 어찌 부자 관계가 있었겠소?”

여포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사도의 말씀이 없었다면 내가 잘못을 범할 뻔했소!”

왕윤은 여포가 결심한 것을 보고 진중하게 말했다.

“장군이 한나라 황실을 바로 세운다면 이는 충신이요, 

이름이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군이 동탁을 돕는다면 이는 반역자로 기록되어, 악명이 만대에 전해질 것입니다.”

여포는 이를 듣고 더욱 단단히 결심했다.

 

여포, 결의를 맹세하다

여포는 자리에서 일어나 큰 절을 올리며 말했습니다.

“저의 뜻은 이미 확고하니, 사도께서는 의심하지 마십시오.”

왕윤은 이에 걱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일이 성공하지 못하면 오히려 큰 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자 여포는 망설임 없이 허리에 찬 칼을 뽑아 자신의 팔을 찌르며 피를 흘려 맹세했습니다. 

왕윤은 이 모습을 보고 무릎을 꿇고 감격하며 말했습니다.

“한나라의 사직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모두 장군 덕분입니다. 

부디 이 일을 발설하지 마십시오. 

적절한 시기가 오면 제가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여포는 그 뜻을 굳게 받아들이고 물러났습니다. 

왕윤은 이어 복야 사손서와 사예교위 황완을 불러 상의했습니다. 

사손서가 말했습니다.

“지금 상께서 병에서 막 회복하셨으니, 말을 잘하는 사람을 미오로 보내 동탁에게 의논할 일이 있다고 전하십시오. 

동시에 천자의 밀서를 여포에게 전달해 조정 문 안에 병력을 매복시키고, 동탁을 유인하여 처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황완이 물었습니다.

“그런 일을 누가 감히 하겠습니까?”

사손서가 말했습니다.

“여포와 같은 고향 출신인 기도위 이숙은 동탁이 그의 관직을 올려주지 않아서 불만이 깊습니다. 

그를 보내면 동탁도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의의 화살, 충신의 맹세

 

왕윤이 말했다.
"좋습니다."
여포를 불러 함께 논의했다. 그러자 여포가 말했다.
"예전에 내게 정건양(丁建陽)을 죽이라고 권유한 사람도 바로 이 자였소. 

지금 와서 이를 거절한다면, 내가 먼저 그의 목을 베겠소."

여포는 몰래 사람을 보내 이숙을 불렀다. 

그리고 이숙에게 말했다.
"예전에 공이 나에게 정건양을 죽이고 동탁에게 투항하라고 권유했었소. 

지금 동탁은 천자를 업신여기고 백성을 학대하며, 죄악이 하늘에 가득 찼소. 

사람과 신 모두가 분노하는 상황이오.
이제 공께서 천자의 밀지를 가지고 미오(郿塢)로 가 동탁을 입조 시키고, 조정에 복병을 배치해 그를 제거한다면 한실(漢室)을 부흥시키는 충신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이오.
공의 뜻은 어떠하오?"

이숙이 답했다.
"나 역시 이 역적을 제거하고 싶다는 마음을 오래 품었소. 

하지만 함께할 동지가 없음을 한으로 여겼지요. 

이제 장군께서 이렇게 행동하시니 이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입니다. 

제가 어찌 두 마음을 품겠습니까!"

이숙은 화살을 꺾으며 충성을 맹세했다. 

왕윤이 말했다.
"공께서 이 일을 성공시키신다면 어찌 높은 관직을 얻지 못할 것을 걱정하겠습니까!"



천자의 조서와 동탁의 환상

 

이튿날, 이숙은 10여 기병을 이끌고 미오성에 도착했다. 

천자의 조서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동탁은 이숙을 불러들이라 명했다. 

이숙이 예를 갖춰 절하자, 동탁이 물었다.

“천자께서 무슨 조서를 내리셨나?”

이숙이 말했다.

“천자께서 병이 갓 나으시어, 문무백관을 미앙전에 소집하고 태사께서 왕위를 이어받을 준비를 하라고 명하셨습니다.”

동탁이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왕윤의 의견은 어떠한가?”

이숙은 준비된 대답으로 응했다.

“왕 사도께서 이미 선위를 받을 단(禪台)을 쌓게 명하시고, 이제 태사께서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에 동탁은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

“어젯밤 꿈에 용이 내 몸을 감싸더니, 오늘 과연 기쁜 소식을 듣는구나! 지금이야말로 때를 놓칠 수 없지!”

그는 즉시 심복 장수인 이각, 곽사, 장제, 번조에게 명령하여 비웅군 3천 명으로 미오성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그날로 장안을 향해 길을 떠날 준비를 했다. 

동탁은 이숙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황제가 되면, 너는 집금오(금군의 총지휘관)가 될 것이다.”

이숙은 이를 듣고 절하며 신하라 칭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