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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제10회 근왕복수(2)

by 장만리 2024.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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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왕복수(勤王復讐) : 왕실을 위해 충성을 다하며(근왕), 부친의 원수를 갚는다(복수)는 뜻입니다. 조조와 마등의 각각의 행동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천하의 인재를 모으는 조조

정욱이 순욱에게 말하길,
“저는 견문이 짧아 공의 천거에 합당치 않습니다. 

그러나 공의 고향 사람 중에 성이 곽이고 이름이 가이며 자가 봉효인 이가 있으니, 오늘날의 뛰어난 인재입니다. 

어찌 그를 초빙하지 않으십니까?”

 

순욱이 갑자기 깨달으며 말하길,
“제가 거의 잊을 뻔했습니다!”
곧 조조에게 알리고, 곽가를 연주로 초빙하여 천하의 대사를 함께 의논하게 했다.

곽가는 광무제의 직계 자손으로 회남 성덕현 사람인 성이 유이고 이름이 엽이며 자가 자양인 이를 천거하였다. 

조조는 곧 유엽을 초빙했다.
유엽은 다시 두 사람을 추천하니, 한 사람은 산양 창읍현 사람으로 성이 만이고 이름이 총이며 자가 백녕이었다. 

또 한 사람은 무성 사람으로 성이 여이고 이름이 건이며 자가 자각이었다.

조조는 이 두 사람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곧 초빙하여 군중종사(군사 보좌관)로 삼았다.
만총과 여건은 또 한 사람을 천거했는데, 그는 진류 평구현 사람으로 성이 모이고 이름이 개이며 자가 효선이었다. 

조조는 그를 역시 종사로 삼아 모셨다.

 

용맹한 장수, 우금과 전위의 등장

 

한 장수가 군사 수백 명을 이끌고 조조를 찾아왔다. 

그는 태산군 거평현 출신으로 성은 우, 이름은 금, 자는 문칙이었다. 

조조는 그가 활쏘기와 말타기에 뛰어나고 무예가 출중한 것을 보고 ‘점군사마’(군사 감찰관)로 임명했다.

어느 날, 하후돈이 조조를 찾아와 거대한 사내를 데려왔다. 

조조가 그를 묻자, 하후돈은 이렇게 소개했다.
“이 사람은 진류 출신으로 성은 전, 이름은 위입니다. 

용맹과 힘이 뛰어납니다. 

그는 과거 장막을 따랐으나 부하들과의 불화로 수십 명을 죽이고 산속으로 달아났습니다. 

제가 사냥 중 이 사람이 호랑이를 쫓아내는 장면을 보고 데려왔습니다.”

조조는 그의 덩치와 위엄을 보고 말했습니다.
“이 사람의 용모를 보니 대단한 힘을 지녔을 것이오.”

하후돈이 덧붙였습니다.
“그는 과거 친구의 원수를 갚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목을 들고 저잣거리를 활보했으나 아무도 감히 그에게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두 자루의 철극(쇠창)을 사용하는데, 각각 무게가 80근(약 48kg)이나 됩니다. 

그는 이 무기를 들고 말을 타며 날쌔게 움직입니다.”

조조는 그 말을 듣고 전위에게 시험을 명령했다. 

전위는 두 개의 철극을 들고 말을 몰아 거침없이 달렸다. 

그러던 중, 장막 아래에 걸린 큰 깃발이 바람에 날려 위태롭게 흔들렸다. 

군사들이 모여 깃발을 붙잡으려 했으나 전위는 말에서 내려 단숨에 병사들을 물리치고 깃대를 한 손으로 붙잡았다. 

거센 바람 속에서도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조조는 감탄하며 말했다.
“이 사람은 고대의 악래(중국 전설 속 괴력을 지닌 인물)와 같구나!”

조조는 전위를 ‘장전도위’(호위장교)로 임명하고, 자신이 입던 비단옷과 조각한 안장을 준마와 함께 하사했다.

 

조조의 세력 확장과 비극적 사건의 시작

 

조조의 부하들은 문무를 겸비한 인재들로 가득했다. 

그의 세력이 산동을 평정하자, 태산태수 응소를 낭야로 보내 조조의 아버지 조숭을 모셔오도록 했다. 

조숭은 진류에서 난을 피해 낭야로 은거하고 있었는데, 서신을 받고 아우 조덕과 가족 40여 명, 종자 100여 명, 수레 100여 대를 이끌고 연주로 향했다.

길을 지나며 서주 태수 도겸(자 공조)은 조조와 교류하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다. 

조숭이 서주를 지난다는 소식을 듣고 도겸은 경계 밖으로 나와 조숭을 영접하며 두 번 절하며 예의를 다했다. 

그는 성대한 연회를 열어 이틀 동안 정성껏 환대하고 조숭이 떠날 때 직접 배웅했다. 

또한 도위 장개에게 병사 500명을 맡겨 조숭 일행을 호송하게 했다.

조숭 일행은 화읍과 비읍 사이에 이르렀다. 

마침 여름 끝자락과 가을 초입,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렸다. 

어쩔 수 없이 한 고찰에 머물게 되었고, 절의 승려가 일행을 맞아들였다. 

조숭은 가족들을 잘 머물게 하고 장개에게 병사들과 군마를 절의 두 행랑에 주둔하도록 명했다.

그러나 병사들의 옷과 장비가 비에 젖어 모두 불만을 토로했다.

 

배신의 밤, 조송의 비극

장개는 부하 두목들을 조용한 장소로 불러 음모를 꾸몄습니다.

“우리는 본래 황건적의 잔당으로 억지로 도겸에게 항복했지만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 

이제 조가(曹家)의 짐수레가 수없이 많으니 부귀를 얻고 싶다면 어렵지 않다. 

오늘 밤 삼경에 모두 칼을 들고 들어가 조송(曹嵩) 일가를 살해하고 재물을 챙겨 산속으로 숨어버리자. 

이 계획이 어떤가?”

부하들은 모두 동의했습니다. 

그날 밤 비바람은 멈추지 않았고, 조송은 앉아 있던 중 사방에서 함성이 크게 울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조덕(曹德)은 칼을 뽑아 밖으로 나가 적을 확인하려다 곧장 찔려 죽었습니다.

조송은 황급히 첩과 함께 방장 뒤로 달아나려 했으나, 첩이 비만하여 담을 넘지 못했습니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조송은 첩과 함께 화장실에 몸을 숨겼지만, 난군에게 발견되어 살해당했습니다.

응소(應劭)는 가까스로 목숨을 걸고 탈출하여 원소(袁紹)에게 몸을 의탁했습니다. 

장개는 조송 일가를 모조리 죽이고 재물을 훔친 뒤, 절에 불을 지르고 병사 500명과 함께 회남으로 도망쳤습니다.

 

 

하늘의 응징

 

"조조는 간웅이라 세상이 자랑하고,
예전에 여씨 집안을 몰살했더니,
이제는 집안 채로 남에게 몰살당하네.
하늘의 섭리는 돌아 복수함이 틀림없도다."

 

조조의 분노와 복수의 시작

 

조조는 아버지 조숭의 비참한 죽음을 전해 듣고 크게 오열하며 땅에 쓰러졌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부축해 일으키자, 조조는 이를 갈며 외쳤다.

“도겸이 군사를 풀어 우리 아버지를 죽였으니, 이 원수는 같은 하늘 아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이제 대군을 일으켜 서주를 쓸어버리고 반드시 이 한을 풀겠다!”

조조는 순욱과 정욱에게 3만 병력을 맡겨 견성, 범현, 동아 세 고을을 지키게 하고,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직접 서주로 향했다. 

하후돈우금전위를 선봉으로 삼으며 명령을 내렸다.

“성을 점령하면 성 안의 백성을 모두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

이 소식을 들은 구강태수 변양은 도겸과 친분이 두터웠기에 병사 5천을 이끌고 서주를 구원하러 나섰다. 

이를 알게 된 조조는 크게 분노하며 하후돈에게 길목을 막아 변양을 처치하라고 명했다.

당시 동군의 관리였던 진궁 역시 도겸과 가까웠다. 

조조가 서주를 공격해 백성을 몰살시키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궁은 밤새 조조의 진영으로 달려와 그를 만났다. 

조조는 진궁이 도겸의 사절이라는 것을 알고 불쾌했지만, 옛정을 생각해 마지못해 그를 장막 안으로 불러들였다.

 

진궁의 충언과 조조의 분노

 

진궁이 조조 앞에 나서며 말했다.

 

"지금 대군을 이끌고 서주로 향하시어 부친의 원수를 갚으려 하신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백성을 몰살하려 하신다니, 제가 이 점을 간언 드리고자 왔습니다. 

도겸은 어질고 의로운 군자로, 이익에 눈이 멀어 의리를 저버릴 사람이 아닙니다. 

부친의 죽음은 장개가 벌인 악행일 뿐, 도겸의 죄가 아닙니다. 

또한, 서주 백성이 공과 무슨 원한이 있겠습니까? 

백성을 죽이는 것은 불길한 일이니, 신중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조조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며 소리쳤다.
"너는 전에 나를 떠나지 않았느냐? 

지금 무슨 면목으로 다시 나를 보러 왔단 말인가? 

도겸이 내 일가를 몰살시켰다. 

반드시 그의 쓸개를 떼어내고 심장을 도려내 내 한을 풀 것이다! 

네가 아무리 도겸을 위해 변호한다 해도 나는 듣지 않을 것이다!"

진궁은 실망한 얼굴로 물러나며 탄식했다.
"이제 나는 도겸을 만나볼 면목조차 없구나!"

그는 말을 몰아 진류태수 장막에게로 떠나버렸다.

 

분노의 조조와 격돌의 서주 전투

 

조조의 군대가 가는 곳마다 백성을 학살하고 무덤을 파헤쳤다. 

서주태수 도겸은 이 소식을 듣고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며 말했다.
“내가 하늘에 죄를 지어 서주 백성들이 이 큰 재앙을 겪는구나!”

그는 급히 관리들을 모아 대책을 논의했다. 

이에 조표가 나서며 말했다.
“조조의 군대가 다가왔는데, 어찌 손 놓고 죽기를 기다리겠습니까! 

제가 사군(도겸)을 도와 그를 물리치겠습니다.”

도겸은 마지못해 병력을 이끌고 나가 전투를 준비했다. 

멀리서 조조의 군대는 마치 서리와 눈처럼 몰려오는 듯했고, 중군에는 두 개의 흰 깃발이 세워져 있었다. 

깃발에는 굵은 글씨로 “보수설한(報仇雪恨, 원수를 갚아 한을 풀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조는 소복을 입고 말 위에서 채찍을 휘두르며 큰 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이에 도겸도 진문의 깃발 아래 말을 타고 나와 몸을 굽혀 예를 표하며 말했다.

 

“저는 명공(조조)과 우호를 맺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장개에게 호송을 맡겼으나, 도적의 본성을 고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도겸의 고의가 아니니 부디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조조는 크게 욕하며 말했다.
“늙은 놈이여! 

내 아버지를 죽여놓고도 감히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누가 이 늙은 도적을 생포하겠느냐!”

그 말을 듣자마자 하후돈이 나섰고, 도겸은 황급히 진영으로 후퇴했다. 

하후돈이 뒤쫓아가려 하자 조표가 창을 들고 말을 몰아 나섰다. 

두 말이 맞서던 순간, 갑작스레 광풍이 몰아치며 모래와 돌이 휘날렸다. 

양측 병사들은 혼란에 빠져 결국 각각 병사를 물리게 되었다.



도겸의 결단과 한 목소리로 외친 구국의 계책

 

도겸이 성으로 돌아와 관원들과 상의하며 말했다.
"조조의 군세는 너무나 강해 우리가 맞서기 어렵다. 

내가 스스로 몸을 묶어 조조의 진영으로 가 그의 칼날 아래 내 몸을 맡겨 서주 백성의 목숨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부군께서 서주를 오래 지키시며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왔습니다. 

지금 조조의 병력이 많다 해도 우리 성을 바로 함락할 수는 없습니다. 

부군께서는 백성과 함께 성을 굳게 지키시며 절대 출격하지 마십시오. 

비록 제가 재능이 부족하나, 작은 계책을 써서 조조를 죽고도 묻힐 곳이 없게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모두가 크게 놀라며 물었다.
"그 계책이 무엇인가?"

이때는 마치 "우정의 손길이 원한으로 돌아선 줄 알았는데, 위기 속에 희망이 솟아난다"는 고사를 떠올리게 했다.

 

 

과연 이 사람이 누구인지,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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