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밭의 결의
다음 날, 세 사람은 복숭아밭에 모여 검은 소와 백마, 제사에 쓸 물건들을 준비했습니다.
유비, 관우, 장비는 향을 피우고 두 번 절한 후 맹세를 외쳤습니다.
“생각건대, 우리는 비록 성이 다르지만, 이제 형제가 되었으니 마음을 합쳐 힘을 다해 고난에 처한 자를 구하리라.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평안케 하리라.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죽기를 바란다.
하늘과 땅이 이 마음을 지켜보리니,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는다면 하늘과 사람이 함께 처벌할 것이다!”
맹세를 마치고 유비를 형으로, 관우를 둘째로, 장비를 셋째로 삼았습니다.
세 사람은 하늘과 땅에 제사를 올리고, 소를 잡고 술을 차려 마을의 용사 300여 명과 함께 복숭아밭에서 크게 취하도록 마셨습니다.
뜻밖의 지원군 - 하늘이 내린 선물
다음 날, 세 사람은 무기를 챙기면서도 탈 말이 없음을 아쉬워했습니다.
이때 어떤 사람이 두 명의 손님이 말을 몰고 장비의 집으로 찾아왔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현덕은 “이것은 하늘이 우리를 돕는구나!”라고 외치며, 세 사람은 집 밖으로 나가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두 손님은 중산 출신의 큰 상인 장세평과 소쌍이었습니다.
이들은 매년 북방으로 말을 팔러 다니다가 최근 도적이 들끓어 귀향하는 길이었습니다.
현덕은 두 사람을 초대해 술을 대접하며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도적을 물리치고자 하는 자신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에 감동한 두 사람은 좋은 말 50 필을 선물로 주기로 했습니다.
또한 금은 500냥과 강철 1,000근을 주며 무기를 장만하는 데 쓰라고 했습니다.
무기 제작과 첫 전투의 시작
유비는 두 상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헤어졌습니다.
곧 솜씨 좋은 대장장이을 불러 강철을 두드려 쳐서 쌍고검을 만들게 했습니다.
관우는 청룡언월도라는 무게 82근의 무기를 만들게 하고 이름을 냉염거라 불렀습니다.
장비는 장팔점강모라는 강철 창을 만들었습니다.
세 사람은 각자 전신 갑옷을 갖추고 마을 용사 500여 명을 거느리고 교위 추정을 찾아갔습니다.
추정은 유비 일행을 유주 태수 유언에게 소개했습니다.
세 사람은 유언에게 인사를 올리고 각각 이름을 밝혔습니다.
유비가 왕가의 후손임을 알리자 유언은 크게 기뻐하며 그를 조카로 인정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황건적 장수 정원지가 5만 명의 병력을 이끌고 탁 군을 향해 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유언은 추정과 유비 일행에게 병사 500명을 주어 출전하게 했고, 유비 일행은 기쁜 마음으로 군대를 이끌고 출정했습니다.
이들은 곧바로 대흥산 아래에 도착하여 도적떼와 마주쳤습니다.
황건적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누런 두건을 이마에 동여매고 있었습니다.
양쪽 군사들은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전투가 시작될 준비가 되었습니다.
영웅들의 첫 승리
유비가 말을 타고 나서고, 왼쪽에는 관우, 오른쪽에는 장비가 포진했습니다.
유비가 채찍을 들어 크게 외쳤습니다.
"나라를 배반한 역적들아! 어서 항복하지 않겠느냐!"
이에 적장인 정원지가 크게 화가 나 부장 등무를 내보냈습니다.
장비는 자신의 장팔사모를 휘두르며 곧장 나아가 단숨에 등무의 가슴을 찔렸습니다.
등무는 몸이 뒤집혀 말에서 떨어졌습니다.
정원지는 이를 보고는 말 위에서 칼을 휘두르며 장비에게 돌진해 왔습니다.
그때 관우가 큰 칼을 휘두르며 말을 몰아 날아가듯 정원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이를 본 정원지는 놀라며 대응할 틈도 없이 관우의 칼에 두 동강 나버렸습니다.
후대 사람들이 이 두 사람을 이렇게 시로 찬양했습니다.
“오늘날 영웅의 기개를 드러내니,
창을 한번 휘두르고 칼을 한번 휘두르네.
처음 출전하여 곧바로 위력을 떨치니,
천하의 세 나라에 이름을 알리도다.”
적군을 무찌르고 청주로 향하다
적군이 장수 정원지가 죽는 것을 보자마자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현덕이 군사를 몰아 추격하니, 항복하는 자들이 셀 수 없이 많았고 큰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습니다.
유언은 직접 나와 군사들을 맞이하고 포상을 내렸습니다.
다음 날, 청주 태수 공경에게서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황건적이 성을 포위해 위태롭다며 구원을 요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유언은 현덕과 상의하였고, 현덕이 구원하겠다고 자청했습니다.
유언은 추정에게 명령하여 군사 5천 명을 주고, 현덕(유비), 관우, 장비와 함께 청주로 가라고 했습니다.
적군은 구원군이 다가오자 군사를 나누어 맞서 싸웠습니다.
그러나 병력이 적어 현덕의 군대는 밀리게 되었고, 결국 30리 뒤로 물러나 진을 치고 재정비하였습니다.
유비의 전략적 기습 작전
유비가 관우와 장비에게 말했습니다.
"적들은 많고, 우리 병력은 적으니 반드시 기습 부대를 내야 승산이 있네."
그래서 관우는 천 명을 이끌고 왼쪽 산에, 장비는 천 명을 이끌고 오른쪽 산에 매복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징 소리를 신호로 동시에 뛰쳐나와 지원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음 날, 유비와 추정은 함성을 내며 적진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황건적 무리들이 싸우려 돌진하자 유비는 일부러 병력을 뒤로 물렸습니다.
적들은 기세를 타고 쫓아왔습니다.
마침내 산을 넘을 때쯤 유비군의 징 소리가 울리자, 좌우에 매복한 군사가 동시에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유비의 군대가 다시 되돌아 공격하니 세 방향에서의 협공에 황건적은 크게 패했습니다.
결국 적들을 청주성 아래까지 추격했습니다.
그곳에서 청주태수 공경이 민병을 이끌고 나와 함께 싸웠고, 적들은 대패하며 많은 희생자를 냈습니다.
그렇게 청주는 포위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스승을 돕기 위해 광종으로 향하다
청주 태수 공경이 군사들을 잘 먹이고 위로했고, 추정은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 현덕(유비)이 말했습니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중랑장 노식 장군이 광종에서 황건적의 수괴인 장각과 싸우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제가 노식 장군을 스승으로 모셨던 인연이 있으니, 가서 돕고 싶습니다."
추정은 유비의 뜻을 받아들여 군대를 이끌고 돌아갔습니다.
현덕은 관우, 장비와 함께 자신의 병력 500명을 이끌고 광종으로 떠났습니다.
노식의 군영에 도착한 유비는 예를 갖추고 자신의 뜻을 전했습니다.
노식은 크게 기뻐하며 유비에게 자신의 진영에서 기다리며 명령을 따르라고 했습니다.
장각의 포위와 새로운 임무
이때에 장각의 군대는 15만, 노식의 군대는 5만으로 광종에서 대치하고 있었으나 승부가 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노식은 현덕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나는 이곳에서 장각을 포위 중이오. 그러나 장각의 동생 장량과 장보는 영천에서 황보숭과 주준과 맞서고 있소.
그대는 그대의 병력을 이끌고 내가 천 명의 관군을 더 줄 테니, 영천으로 가서 상황을 살피고 황보숭, 주준과 함께 날을 잡아 적을 소탕할 시기를 정하는 것이 좋겠소.”
현덕은 명령을 받아 별이 총총한 밤을 틈타 군사를 이끌고 영천으로 향했습니다.
감상
이 이야기는 유비, 관우, 장비의 충성과 결의가 극적으로 드러난 삼국지의 한 장면입니다.
복숭아밭에서 의형제를 맺고 나라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장면에서 세 사람의 용맹과 신뢰가 인상 깊게 표현됩니다. 그들은 다양한 위기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며 백성을 위해 자신의 사명을 다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비의 리더십, 관우의 강인함, 장비의 충직함이 두드러지며, 각각의 특색을 바탕으로 절묘한 화합을 이루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전쟁의 한복판에서 적군을 상대로 기습 작전을 펼치는 모습은 이들이 단순한 무장이 아닌, 전략과 지략을 겸비한 영웅임을 드러냅니다.
그들의 서사를 통해 전해지는 충성과 의리는 역사적 영웅의 면모뿐 아니라, 인간적인 믿음과 우정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