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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제1화 도원결의(4)

by 장만리 2024. 10. 28.

화공 작전, 적군을 혼비백산시키다

이때 황보숭주준이 군대를 이끌고 황건적을 막고 있었습니다,

황건적들은 전투에서 밀리자 장사로 후퇴하여 풀숲에 진을 쳤습니다. 

이를 본 황보숭이 주준에게 말했습니다.

"도적떼가 풀숲에 진을 쳤으니, 불을 써서 공격해야겠소."

두 사람은 군사들에게 각각 풀 한 다발씩 들고 몰래 적진에 숨어 들어가 매복하게 했습니다. 

이날 밤, 갑자기 강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매복하고 있던 군사들은 이경(밤 10시) 이 지나자 동시에 불을 지폈습니다. 

황보숭과 주준은 각자 병력을 이끌고 적에게 공격을 가했습니다. 

화염이 하늘을 뒤덮고 도적의 무리는 놀라서 허둥대며, 말에 안장을 얹을 겨를도, 갑옷을 입을 겨를도 없이 겁에 질려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이들을 뒤쫓아 가서 죽이는 전투가 날이 밝도록 계속 되었습니다.

 

조조, 붉은 깃발을 앞세우고 등장하다

날이 밝을 무렵, 장량과 장보는 패잔병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앞길을 막는 군대가 나타났습니다.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전면에서 길을 차단한 군대의 선두에는 당당한 장수가 서 있었습니다. 

이 장수는 키가 일곱 자나 되었고, 날카롭고 가는 눈매와 긴 수염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관직으로 기도위 벼슬을 받았고, 패국 초군 사람으로 성은 조, 이름은 조 자는 맹덕이었습니다.

조조의 아버지 조숭은 본래 하후씨 가문의 아들이었으나, 중상시(환관의 우두머리) 조등의 양자가 되어 성을 조 씨로 바꾸었습니다. 

조숭은 조조를 낳아 어릴 때는 자를 ‘아만’이라 했고,  다른 이름으로 ‘길리’라고도 불렸습니다.

 

조조의 어린 시절과 꾀병 작전

조조는 어려서부터 사냥과 놀이를 즐기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권모술수에도 뛰어나며, 상황 대처도 능숙했습니다. 

 

조조에게는 숙부가 있었는데 조조가 빈둥거리고 절제가 없는 것을 보고 볼 때마다 화를 내고 조숭에게 일러바쳤습니다.

조숭은 아들을 불러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조조는 곧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내었습니다.

숙부가 오는 것을 보자 갑자기 쓰러져 팔다리가 마비된 것 마냥 허위적대며 중풍에 걸린 척했습니다. 

숙부는 깜짝 놀라 조숭에게 달려가 알렸습니다. 

조숭은 달려와 조조의 상태를 확인했으나 조조는 멀쩡했습니다. 

조숭이 물었습니다.

“숙부가 네가 중풍에 걸렸다는데, 이제 괜찮아졌느냐?”

조조는 능청스럽게 답했습니다.

“저는 원래 아픈 적이 없습니다. 숙부의 사랑을 잃어 이렇게 속임을 당한 것입니다.”

조숭은 조조의 말을 믿었고, 이후로는 숙부가 조조를 비난하는 어떤 말도 듣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하여 조조는 제멋대로 행동하며 행실이 좋지 못하였습니다.

 

조조의 재능을 알아본 예언자들

그 시절 교현이라는 이가 조조에게 말했습니다.

 

“천하는 곧 혼란에 빠질 것이오. 세상을 바로잡을만한 인재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겠지요. 그대야말로 이 혼란을 평정할 사람 아니겠소?”

또 남양 출신의 하 옹도 조조를 보고 말했습니다.

 

“한나라의 운명은 기울고 있지만, 천하를 평안케 할 이는 바로 이 사람이오.”

여남 지방의 허조는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던 인물이었습니다.

조조는 그를 찾아가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오?”라고 물었습니다

허조는 대답하지 않다가, 다시 묻자 말했습니다.

 

“그대는 평화의 시대엔 훌륭한 신하요, 혼란한 시대엔 간교한 영웅이 될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기뻐하며 크게 웃었습니다. 

 

조조는 스무 살에 효렴과에 급제하여 낭관이 되었다가 낙양북도위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고을의 네 성문에 오색 몽둥이를 십여 개 걸어두고, 법을 어긴 자는 지위에 상관없이 엄격히 처벌했습니다.

 

조조의 기개와 첫 전장

중상시 건석의 숙부가 칼을 차고 밤에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순찰 중이던 조조에게 붙잡혔습니다. 

조조는 그를 몽둥이로 단단히 벌했습니다.

이 일로 조조의 위엄이 내외로 알려졌고, 아무도 감히 법을 어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후 조조는 돈구의 현령이 되었고, 황건적이 일어나자 기도위로 임명되어 기마군과 보병 5천 명을 이끌고 영천에 지원을 나갔습니다. 

때마침 황건적의 장수인 장량장보가 패하여 도망 중이었고, 조조는 그들을 앞길을 막고 엄청난 살육전을 벌였습니다. 

그는 만여 명을 참수하고 깃발과 징, 북, 말까지 많이 빼앗았습니다. 

 

장량과 장보는 죽을힘을 다해 간신히 도망쳤습니다.
조조는 황보숭주준을 책망하고, 즉시 군사를 이끌고 장량과 장보를 추격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스승을 구하기 위해

유비는 관우와 장비를 이끌고 영천으로 가던 중에 살육하는 함성과 타오르는 불빛을 보았습니다

서둘러 병력을 이끌고 다가갔을 때, 이미 황건적은 대패하여 흩어진 뒤였습니다. 

유비는 황보숭과 주준을 만나, 스승 노식의 뜻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그러자 황보숭이 말했습니다.

"장량과 장보의 기세가 꺾여 힘이 다했으니, 분명히 광종으로 가서 장각에게 의지할 것입니다. 

유비는 즉시 밤을 틈타 그쪽으로 가서 지원하시오."

유비는 명령을 받고 즉시 군대를 이끌고 왔던 길을 돌아 광종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쯤 가던 중에 한 무리의 병력이 죄수 수레를 호송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수레 속의 죄수는 다름 아닌 그의 스승 노식이었습니다. 

유비는 깜짝 놀라 말에서 떨어질 듯 펄쩍 뛰어내려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억울한 누명과 장비의 분노

노식이 말했습니다.

“내가 장각을 포위하고 곧 이길 수 있었는데, 장각이 요술을 써서 쉽지 않았네. 

그러던 중 황문 좌풍이 조정에서 파견되어 사실을 조사하러 왔네. 

그가 나에게 뇌물을 요구하길래

 

"군량도 부족한데 무슨 돈이 있어 천사(황제가 파견한 사신)의 명을 받들겠소? 하니

 

좌풍이 괘심히 여겨 돌아가서는, 내가 보루만 높게 쌓고 싸우지 않아 군사들을 태만하게 만들고 있다고 조정에 상소를 올렸네.

이에 황제가 진노하여 중랑장 동탁에게 내 군사를 맡게 하고, 나는 수도로 끌려가 죄를 받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네.”

장비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분노하며 호송하는 군사들을 베어 노식을 구하려고 했습니다. 

현덕이 급히 말렸습니다.

“조정에도 명분이 있는 법이니 경솔하게 굴지 마라!”

결국 군사들이 노식을 빽빽이 둘러싸고는 가버렸습니다.

 

감상

 

이 글은 고대 중국의 정치와 전쟁을 마치 드라마처럼 그려내, 읽는 이를 혼란한 시대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조조의 젊은 시절과 그의 기지, 꾀, 그리고 정치적 능력이 특히 빛을 발합니다. 

동시에 장비의 뜨거운 의리와 노식에 대한 유비의 애정 어린 존경이 담겨 있어 흥미를 더해줍니다. 

장각의 요술과 좌풍의 뇌물 요구로 엿보이는 조정의 부패를 통해 시대의 어두운 면도 엿볼 수 있습니다.

배신과 의리가 엇갈리는 이야기를 통해 각 인물의 개성과 복잡한 인간관계가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재미를 더합니다.

또한, 장비와 유비의 충성스러운 모습 또한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오며, 정의와 신의를 지키려는 이들에 대한 응원을 불러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