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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제14회 허도야습(3)

by 장만리 2025.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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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새로운 계책: 호랑이를 몰아 승냥이를 삼키다

 

다음 날, 유비는 황제의 사자를 배웅하며 감사의 글을 올렸다. 

또한 조조에게 답장을 보내며, 여포를 처리하는 문제는 천천히 도모하겠다고만 적었다. 

사자가 허도로 돌아가 조조를 만나, 유비가 여포를 죽이지 않은 사실을 보고했다.

조조가 순욱에게 물었다.
“이 계책이 실패했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오?”

누군가 나서며 말했다.
“다른 계책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름하여 ‘호랑이를 몰아 승냥이를 삼키는 계책(驅虎吞狼之計)’이라 합니다.”

조조가 물었다.
“그 계책은 무엇이오?”

순욱이 대답했다.
“몰래 사람을 보내 원술에게 이렇게 전하게 하십시오. 

‘유비가 황제께 비밀 글을 올려 남군(南郡)을 공격하려 한다.’ 원술이 이 말을 들으면 반드시 격분하여 유비를 공격할 것입니다. 

그런 뒤 공께서는 황제의 명을 빌려 유비에게 원술을 토벌하라는 조서를 내리시면 됩니다. 

두 사람이 서로 싸우면, 여포가 틈을 노려 반드시 다른 마음을 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호랑이를 몰아 승냥이를 삼키는 계책입니다.”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즉시 사람을 원술에게 보내고, 다시 사자를 황제의 명으로 서주(徐州)로 보냈다.

 

유비의 고민: 서주의 수비를 맡길 자는 누구인가?

 

한편, 유비는 서주(徐州)에 머무르던 중 황제의 사자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성 밖으로 나가 사자를 맞이했다. 

조서를 펼쳐 읽어보니, 원술(袁術)을 토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라는 명령이었다. 

유비는 황제의 명을 받들며 사자를 배웅했다.

미축이 말했다.
“이것도 역시 조조의 계략입니다.”

유비가 대답했다.
“비록 계략일지라도 왕명을 어길 수는 없소.”

그는 곧 군사를 점검하고 출정을 준비했다. 

이때 손건이 말했다.
“먼저 성을 지킬 사람을 정해야 합니다.”

유비가 물었다.
“내 두 아우 중 누가 이 성을 지키겠소?”

관우가 나섰다.
“제가 이 성을 지키겠습니다.”

유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너와 의논해야 하니 어찌 떨어질 수 있겠소?”

이번에는 장비가 나섰다.
“그럼 제가 이 성을 지키겠습니다.”

그러자 유비는 단호히 말했다.
“너는 이 성을 지킬 수 없다. 

너는 첫째, 술을 마시면 성질이 거칠어져 군사들을 때리기 일쑤다. 

둘째, 경솔하게 일을 처리하며 남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너를 믿을 수 없다.”

 

장비의 맹세와 유비의 신중함

 

장비가 말하기를,
“제가 이제부터는 술도 마시지 않고, 군사들을 때리지도 않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 충고를 잘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미축이 나서며 말했다.
“하지만 말과 마음이 다를까 두렵소.”

장비는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형님을 따라온 지 여러 해인데, 한 번도 신의를 저버린 적이 없소! 

그런데 어찌 나를 이렇게 가볍게 평가하시오?”

유비는 차분히 대답했다.
“아우가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내가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구나. 

진원룡(陳元龍, 진등)이 보좌해 주길 바라네. 

아우가 아침저녁으로 술을 적게 마시고 실수하지 않도록 도와주시오.”

진등은 이에 응낙했다.

유비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병과 보병 3만 명을 이끌고 서주(徐州)를 떠나 남양(南陽)으로 출발했다.



원술의 분노와 전쟁의 서막

 

원술은 유비가 황제께 상주하여 자신의 고을을 차지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 크게 분노하며 말했다.

“네 놈은 돗자리나 짜고 짚신이나 삼던 놈인데, 어찌 감히 큰 고을을 차지하고 제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단 말인가! 

내가 너를 공격하려던 참인데, 네가 도리어 나를 도모하려 하다니! 

정말로 분노를 금할 수 없구나!”

그는 상장(上將) 기령에게 10만 병력을 일으켜 서주(徐州)를 공격하라고 명했다. 

양군은 우이에서 맞섰다.

유비의 군사는 적어 산과 강을 이용해 진지를 구축했다. 

기령은 산동(山東) 출신으로, 무게 50근의 삼첨도(三尖刀)를 사용하는 장수였다. 

그날 병력을 이끌고 전장에 나와 크게 외쳤다.

“유비야, 시골뜨기 주제에 어찌 감히 내 영토를 침범하려 드는 것이냐!”

 

관우의 위엄: 적장을 베다

 

유비는 전장에서 크게 외쳤다.

“나는 황제의 조서를 받들어 반역자를 토벌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네가 감히 나를 막으려 하다니, 이는 죽어 마땅한 죄다!”

기령은 크게 화를 내며 말을 몰아 삼첨도를 휘두르며 유비를 향해 돌진했다. 

이를 본 관우가 크게 외쳤다.

“필부(匹夫)야, 함부로 날뛰지 마라!”

관우가 나서서 말을 타고 기령과 맞섰다. 

두 사람은 삼십 합을 겨루었으나 승부를 내지 못했다. 

기령이 잠시 휴전을 요청하자, 관우는 말을 돌려 진영으로 돌아가 진 앞에 서서 기다렸다.

그러자 기령은 부장(副將) 순정을 내보냈다. 

관우가 소리쳤다.

“기령이 직접 나와서 결판을 내라! 

쓸데없는 자를 내보내지 말라!”

순정이 비웃으며 말했다.

“네놈은 이름 없는 하급 장수일뿐, 기령 장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관우는 크게 분노하며 순정을 향해 돌진했다. 

말이 교차한 순간, 단 일합 만에 순정의 목을 베어 낙마시켰다.

유비는 병력을 몰아 공격했고, 기령은 크게 패하여 회음(淮陰) 하구로 물러났다. 

그는 감히 다시 교전하지 못하고 병사들에게 야음을 틈타 적진을 습격하라고 명했으나, 모두 서주(徐州) 군사에게 격퇴당했다.

양군은 대치 상태에 들어갔고, 그 이후의 전황은 차후를 기약한다.

 

 

장비의 술잔치: 문제의 시작

 

유비를 떠나보낸 뒤, 장비는 모든 잡무를 진등(陳元龍)에게 맡기고, 군사 기밀과 주요 업무는 스스로 처리했다. 

어느 날, 장비는 성의 여러 관리를 초대하여 연회를 열었다.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잡자, 장비가 입을 열었다.
“형님께서 떠나시며 나에게 술을 적게 마시라 하셨소. 

술로 인해 사고가 날까 걱정하신 것이오. 

그러니 오늘은 모두 실컷 취하도록 마시고, 내일부터는 각자 술을 끊고 함께 성을 지키도록 합시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마십시다!”

장비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어 여러 관리들에게 권했다. 

술잔이 조표 앞에 이르자, 조표가 말했다.
“저는 평소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장비는 웃으며 말했다.
“싸움을 하려면 술을 마실 줄 알아야지. 

네가 어찌 술을 못 마신단 말이냐? 

꼭 한 잔 마시게 하겠다!”

조표는 겁을 먹고 어쩔 수 없이 한 잔을 마셨다.

 

술김에 벌어진 참사: 장비의 폭발

 

장비는 여러 관리들에게 술잔을 권한 뒤, 스스로도 큰 잔에 술을 따라 연달아 수십 잔을 마셨다. 

결국 그는 크게 취했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관리들에게 술을 돌렸다. 

술이 다시 조표에게 이르자 조표가 말했다.

“저는 정말 술을 못 마시겠습니다.”

장비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아까는 마셨으면서, 왜 이제 와서 거절하느냐?”

조표는 거듭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했고, 장비는 취한 상태에서 화를 내며 말했다.
“명령을 어기다니, 너는 백 대를 맞아야겠다!”

그리고는 군사들에게 소리쳐 조표를 끌고 오게 했다.

이때 진등이 나서서 말했다.
“현덕 공(유비)이 떠날 때 당신에게 뭐라 당부하셨소?”

장비는 화를 내며 대답했다.
“당신은 문관이니 문관 일이나 신경 쓰시오! 

내 일에는 간섭하지 마시오!”

조표는 어쩔 수 없이 애원하며 말했다.
“익덕 공(翼德公), 제 사위를 생각해서라도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장비가 물었다.
“네 사위가 누구냐?”

조표는 말했다.
“여포입니다.”

장비는 이 말을 듣고 더욱 화를 내며 말했다.
“원래 너를 때릴 생각은 없었는데, 네가 여포를 들먹이며 나를 겁주다니! 기어코 너를 때려야겠다! 

내가 너를 때리는 것은 곧 여포를 때리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말렸지만 장비는 이를 무시하고 조표를 채찍으로 50대 때렸다. 

여러 사람이 간절히 사정을 해서야 비로소 그만두었다.

 

배신의 시작: 조표의 밀서와 여포의 야습

 

연회가 끝난 뒤, 조표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장비에 대한 깊은 원한을 품었다. 

그는 그날 밤 서둘러 밀서를 작성해 사람을 보내 소패(小沛)에 있는 여포에게 전달했다. 

밀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장비가 무례하게 굴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또한, 유현덕은 이미 회남(淮南)으로 떠났습니다. 

오늘 밤 장비가 취한 틈을 타 병력을 이끌고 서주(徐州)를 공격하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여포는 이 서신을 받고 곧 진궁을 불러 상의했다. 

진궁이 말했다.
“소패는 본래 오래 머물 곳이 아닙니다. 

지금 서주에 이런 빈틈이 생겼으니, 이를 놓치고 취하지 않는다면 후회해도 늦을 것입니다.”

여포는 이 말을 따르기로 하고 즉시 갑옷을 입고 말을 타고 500명의 기병을 이끌고 먼저 출발했다. 

진궁은 대군을 이끌고 뒤따랐으며, 고순 역시 군사를 이끌고 출발했다. 

소패에서 서주까지는 단지 사오십 리 거리여서 말을 타고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여포의 기습: 장비의 실수로 잃은 서주

 

여포는 새벽 4경(四更, 새벽 2시경)에 서주(徐州) 성 아래에 도착했다. 

달빛은 맑게 비쳤고, 성 위의 군사들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여포는 성문 가까이 다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유 사군(劉使君)께서 중요한 기밀로 사람을 보냈다!”

성 위에서 조표의 부하가 이를 듣고 조표에게 보고하자, 조표는 성으로 올라가 직접 확인한 뒤 군사들에게 성문을 열라고 명령했다. 

여포는 곧 암호를 외쳤고, 기다리던 병사들이 일제히 돌입하며 큰 함성을 질렀다.

그때 장비는 취해 관청에서 잠들어 있었고, 좌우의 부하들이 황급히 깨우며 외쳤다.
“여포가 속임수를 써서 성문을 열고 쳐들어왔습니다!”

장비는 크게 노하여 황망히 갑옷을 입고, 장팔사모를 손에 들었다. 

간신히 부문을 나와 말을 탔을 때, 이미 여포의 군사들이 그를 맞닥뜨렸다. 

장비는 이때 술이 덜 깨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

여포는 평소 장비의 용맹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가까이 몰아붙이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았다. 

열여덟 기의 연나라 출신 장수들이 장비를 보호하며 동문(東門)으로 간신히 빠져나갔다. 

그러나 장비는 황급히 도망치느라 유비의 가족이 있는 관청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조표의 추격과 비극적 최후

 

조표는 장비가 단지 십여 명의 병사만 거느리고 도망가는 것을 보고, 그가 술에 취해 제대로 싸우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조표는 100여 명의 병사를 이끌고 장비를 뒤쫓았다.

이를 본 장비는 크게 분노하며 말을 몰아 조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세 합(三合) 정도 싸웠으나, 조표는 버티지 못하고 패주 했다. 

장비는 조표를 강가까지 쫓아갔고, 장팔사모로 조표의 등을 정확히 찔렀다. 

조표는 사람과 말이 함께 강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 후, 장비는 성 밖에서 사졸들을 불러 모았다. 

서주(徐州)에서 탈출한 병사들은 모두 장비를 따라 회남(淮南)으로 떠났다.

한편, 여포는 서주에 입성해 백성들을 안심시키며 도시를 안정시켰다. 

그는 군사 100명을 배치해 유비의 집을 지키게 하며, 아무도 허락 없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장비의 후회: 서주의 상실과 형제의 질책

 

장비는 수십 기의 병사를 이끌고 우이(盱眙)로 달려가 유비를 만났다. 

그는 조표와 여포가 안팎으로 손을 잡아 밤에 서주(徐州)를 습격한 일을 모두 보고했다. 

이야기를 들은 유비의 진영은 모두 놀라며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유비는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얻었다고 기뻐할 것도 없고, 잃었다고 슬퍼할 것도 없지.”

관우가 물었다.
“형수님들은 어디 계시오?”

장비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모두 성 안에 갇혀 있습니다.”

유비는 이 말을 듣고 침묵했다. 

관우는 발을 구르며 분노와 원망을 쏟아냈다.
“네가 처음 성을 지키겠다고 했을 때 뭐라고 말했느냐? 

형님께서 너에게 무엇을 당부하셨느냐? 

그런데 지금 성을 잃었고, 형수님들까지 포로로 잡혔으니 어찌해야 하느냐!”

장비는 이 말을 듣고 겁에 질려 어디에도 몸 둘 곳이 없었다. 

그는 갑자기 검을 뽑아 자결하려 했다.

이때를 묘사한 시:
잔을 들어 취하도록 마셨으니 정을 놓기 쉬웠고,
검을 뽑아 생명을 끊으려 하니 후회는 이미 늦었도다.


"그의 목숨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다음 이야기를 통해 밝혀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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