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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제16회 사극정전 (1)

by 장만리 2025.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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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六回

呂奉先射戟轅門  曹孟德敗師淯水
여봉선사극원문  조맹덕 패사육수
여포가 원문(군영의 대문) 앞에서 화극을 활로 쏘아 맞추고, 조조가 육수(淯水) 전투에서 대패

삼국지연의
사극정전(射戟停戰) : 여포의 신궁 솜씨로 전쟁을 중재

 

유비를 치려는 계략과 여포의 선택

 

어느 날, 원술의 진영에서 양 대장이 나와 계책을 아뢰었다.

"유비를 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원술이 물었다.
"어떻게 공격하겠다는 말이오?"

양 대장이 답했다.

 

"유비의 군대가 소패에 주둔하고 있으니 쉽게 함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포가 서주에 호랑이처럼 버티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난번에 금과 비단, 식량과 군마를 주겠다고 약속하고도 아직 주지 않았으니, 자칫 여포가 유비를 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식량을 보내어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군사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듭시다. 

그리하면 유비를 쉽게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먼저 유비를 잡고 나서 여포를 도모하면 서주를 손에 넣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원술이 이 계책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즉시 곡식 20만 석을 준비했다. 

그리고 한윤에게 비밀 편지를 주어 여포에게 보내게 했다.

여포는 한윤이 가져온 식량과 편지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그를 극진히 대접했다. 

한윤은 돌아가 이 소식을 원술에게 전했다.

이에 원술은 곧바로 기령을 대장으로, 뇌박과 진란을 부장으로 삼아 수만 대군을 이끌고 소패로 진군시켰다.

 

유비의 구원 요청과 여포의 고민

 

소패에 있던 유비가 원술의 공격 소식을 듣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상의했다.
장비가 나서며 소리쳤다.

"제가 나가서 싸우겠습니다!"

그러자 손건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소패는 식량도 부족하고 병력도 미약합니다. 

이 상태로는 상대할 수 없습니다. 

서주에 있는 여포에게 구원 요청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비가 코웃음치며 말했다.
"그놈이 오기나 하겠소? 믿을 수 없습니다!"

유비는 손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손건의 말이 옳소."

곧장 서신을 다듬어 여포에게 보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장군의 은덕으로 소패에 몸을 의탁할 수 있었으니, 그 은혜는 하늘만큼이나 큽니다.
하지만 지금 원술이 사사로운 원한을 갚으려 기령에게 병력을 이끌고 소패를 치게 하였습니다. 

성이 멸망하는 것은 눈앞의 일입니다.
이 위태로운 상황을 구해낼 사람은 오직 장군뿐입니다.

부디 군사를 보내어 이 위기를 구해주신다면, 그 은혜에 한없이 감사할 것입니다."

여포는 유비의 편지를 받아보고 진궁을 불러 상의했다.

"원술이 내게 식량을 보내고 편지를 보낸 것은, 결국 내가 유비를 돕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었구나.
하지만 유비가 소패에 주둔해도 나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은 크지 않소. 

반면, 원술이 유비를 없애면 곧 북쪽 태산의 여러 장수들과 손잡고 나를 공격할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편히 잠들 수가 없을 것이오.
차라리 유비를 돕는 편이 낫겠소."

결심을 마친 여포는 곧바로 군사를 점검하고 소패를 향해 출병했다.

 

기령의 진격과 유비의 위기

 

기령이 대군을 이끌고 소패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더니, 패현 동남쪽에 이르러 진을 쳤다.
낮에는 깃발을 산천을 가릴 정도로 늘어 세웠고, 밤에는 북소리를 울려 하늘과 땅을 흔들었다.

소패에 있던 유비는 5천여 병력만 있어 어쩔 수 없이 성을 나와 진을 치고 포진했다.
그때 갑자기 보고가 올라왔다.

"여포 장군이 군을 이끌고 성에서 1리 떨어진 서남쪽에 진을 쳤습니다!"

기령은 여포가 유비를 돕기 위해 온 것을 알고 크게 놀라 곧장 사자를 보내어 여포를 꾸짖었다.

"장군께서 식량을 받고도 신의를 저버리셨습니다!"

여포가 그 말을 듣고는 웃으며 말했다.
"내게 좋은 계책이 있소. 

원술과 유비 양쪽 모두 원망하지 못할 거요."

곧 사람을 보내어 기령과 유비를 함께 연회에 초대했다.

 

여포의 초대와 유비의 고민

 

유비는 여포의 초청 소식을 듣고 곧장 가려 했다.
관우와 장비가 막아서며 말했다.

"형님, 여포가 무슨 꿍꿍이인지 모릅니다. 가시면 안 됩니다."

유비는 말했다.
"나는 그를 박대하지 않았소. 

그러니 그도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오."

그리하여 말에 올라 여포의 진영으로 갔다.
관우와 장비가 칼을 잡고 뒤를 따랐다.

여포는 유비를 맞으며 말했다.
"당신의 위기를 풀어주려 나섰소. 

훗날 형님께서 뜻을 이루거든 나를 잊지 마시오."

유비가 감사 인사를 올리자, 그를 자리에 앉히고 술을 권했다.
관우와 장비는 뒤에서 칼을 잡고 경계했다.

잠시 후 기령이 도착하자 유비가 깜짝 놀라 피하려 했다.
여포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내가 두 사람을 초대한 이유는 싸움을 풀기 위해서요. 

의심하지 마시오."

그러나 유비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기령과 유비의 불안한 동석

 

기령이 말에서 내려 장막 안으로 들어왔다.
유비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그러자 여포가 앞으로 나서더니 어린애 다루듯 그의 팔을 붙잡았다.

기령이 겁에 질려 말했다.
"장군께서 저를 죽이시려는 겁니까?"

"아니오."

"그럼 유비를 죽이려는 겁니까?"

"그것도 아니오."

"그럼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유비는 내 형제요. 

그런데 당신이 그를 괴롭히니 구하러 왔소."

"그럼 저를 죽이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천만에요. 

나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직 싸움을 말리는 것을 좋아할 뿐이오. 

오늘도 두 군대를 화해시키려는 것이오."

기령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어떻게 화해시키시겠습니까?"

"하늘의 뜻에 맡기겠소."

그렇게 말한 여포는 기령을 장막 안으로 끌어들여 유비와 마주 앉혔다.
두 사람은 서로를 경계하며 눈길을 피했다.

여포는 가운데 앉아 기령을 왼쪽에, 유비를 오른쪽에 앉혔다.
그리고 술을 내오게 하여 연회를 시작했다.

 

여포의 화살 한 발로 싸움을 멈추다

 

술이 몇 순배 돌았다.
여포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내 얼굴을 봐서라도 두 군대 모두 병력을 거두시오."

유비는 말이 없었고, 기령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주군의 명을 받아 10만 병력을 이끌고 유비를 잡으러 왔습니다. 

어찌 빈손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듣자 장비가 벌떡 일어나 칼을 뽑으며 소리쳤다.
"우리가 병력이 적다고 얕보는가? 

네놈 따위, 백만 황건적보다 못한 주제에 감히 우리 형님을 해치려 하다니!"

관우가 장비를 말리며 말했다.
"여포 장군이 무슨 계책을 내는지 보자. 그다음에 싸워도 늦지 않다."

여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두 군대가 싸우지 않도록 하려는 것뿐이오."

그러더니 좌우를 향해 소리쳤다.
"내 극을 가져와라!"

 

전설이 된 '원문사극(轅門射戟)'

 

방천화극을 손에 쥔 여포가 위풍당당하게 일어났다.
기령과 유비는 그 기세에 숨을 죽였다.

여포는 극을 병사들에게 주며 명령했다.
"이 극을 원문(군영의 대문) 밖 150보 거리의 땅에 꽂아라!"

곧 병사들이 명령을 따랐다.
여포가 기령과 유비를 향해 말했다.

"저기 저 원문 밖 150보 거리의 극을 보시오.
내가 화살 한 발로 그 극의 작은 가지를 맞히면 두 군대는 병력을 거두어라.
하지만 맞히지 못하면 각자 돌아가 전쟁을 준비하시오.
누구든 내 명을 거역하면, 나를 먼저 상대해야 할 것이오."

기령이 속으로 생각했다.
'150보나 떨어져 있는 작은 가지를 맞히겠어? 

좋아, 못 맞히면 그때 다시 공격하면 그만이지.'

기령이 선뜻 동의하자, 유비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포는 두 사람을 다시 앉히고 술 한 잔씩을 권했다.




한 발의 화살로 평화를 이루다

 

술을 다 마신 여포가 소매를 걷어 올리고 활을 받아 들었다.
유비는 속으로 기도했다.

'부디 명중하길!'

여포는 화살을 활에 걸었다.
팔뚝의 근육이 팽팽해지며 활줄이 둥글게 휘었다.

"맞아라!"

함성과 함께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그 모습은 마치 가을 하늘에 뜬 달이 활처럼 당겨지는 듯했고, 화살은 별똥별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쏜살같이 날아간 화살은 정확히 화극의 작은 가지를 꿰뚫었다.

장막 안팎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후세에 전해진 시 한 수

 

뒷날 어떤 시인이 이 장면을 두고 시를 남겼다.

온후(여포)의 신궁 솜씨 세상에 드물어
원문 앞에서 홀로 위기를 풀었네.
해를 쏜 후예(後羿)도 그 기세에 눌리고
원숭이 소리로도 막을 수 없는 기세였네.

호랑이 힘줄로 된 활줄이 울리고
독수리 깃털의 화살이 날아가네.
표범꼬리 장식의 화극을 꿰뚫자
십만 병사도 갑옷을 벗고 전쟁을 멈추었네.

 

한 발의 화살로 전쟁을 멈춘 여포

 

화살이 극의 작은 가지를 정확히 꿰뚫자, 여포는 껄껄 웃으며 활을 땅에 내던졌다.
그리곤 기령과 유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하늘이 너희 두 집안에 전쟁을 그만두라 명하시는 것이다!"

곧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술을 가져와라!"

커다란 뿔잔에 술이 가득 채워졌고, 모두 한 잔씩 들이켰다.
유비는 마음속으로 부끄러워하며 여포의 기개에 감탄했다.
기령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 여포에게 물었다.

 

"장군의 명을 어찌 감히 거역하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회남으로 돌아가면 주공께서 믿어주시겠습니까?"

여포가 빙긋 웃었다.
"내가 직접 글을 써주리다."

다시 술이 몇 순배 돌았다.
기령은 서찰을 받아들고 서둘러 회남으로 떠났다.

여포는 유비에게 말했다.
"내가 아니었으면 자네는 이번에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거요."

유비가 크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 관우, 장비와 함께 소패로 돌아갔다.
이튿날, 기령, 유비, 여포의 군대는 각각 진지를 거두어 물러났다.

 

원술의 분노와 간교한 계략

 

기령이 회남으로 돌아와 원술을 알현하고, 여포가 원문에서 극을 쏘아 전쟁을 말린 이야기를 보고했다.
또한 여포가 직접 쓴 화해 서신도 바쳤다.

원술은 서신을 읽고는 얼굴이 새파래지며 소리쳤다.

"여포가 이 많은 식량을 받아놓고도 이런 어린애 장난 같은 짓을 했단 말이냐?
유비를 감싸다니! 내가 친히 대군을 이끌고 유비를 치고, 여포도 함께 쓸어버리리라!"

기령이 급히 만류했다.

 

"주공, 경솔하시면 안 됩니다.
여포는 힘이 출중하고, 서주라는 근거지까지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유비와 손을 잡으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듣기에 여포의 본처인 엄씨에게 딸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이미 혼기가 찼다 하더군요.
주공께서 아드님이 계시니, 혼인을 청하소서.
여포가 혼인을 허락하면, 유비를 제거하려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소불간친지계(疏不間親之計)'
즉, 소원한 자가 친한 자를 이간질하지 못한다는 계략입니다."

원술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한윤에게 예물을 주어 서주로 파견했다.

 

여포의 고민, 엄씨의 야망

 

한윤이 서주에 도착해 여포를 알현했다.
정중히 인사하며 말했다.

"우리 주공 원공로께서 장군의 명성을 흠모하시어,
따님을 며느리로 맞아들이고자 합니다.
이로써 진(秦)나라와 진(晉) 나라처럼 두 집안이 혼인으로 맺어져,
영원한 동맹을 이루고자 하십니다."

여포는 이 말을 듣고 곧장 아내 엄씨를 찾아가 상의했다.

원래 여포에게는 두 아내와 한 첩이 있었다.

첫째 부인은 엄씨(嚴氏), 본처로서 딸 하나를 낳았다.
둘째는 조표의 딸로, 소패에 있을 때 맞아들였지만 일찍 세상을 떠나 자식을 남기지 못했다.
세 번째는 초선(貂蟬)이었으나 자식이 없었다.
엄씨는 남편의 말을 듣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원공로는 회남에 오래 머물러, 병력도 많고 식량도 넉넉하다 하옵니다.
제가 듣기에 머지않아 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 하니,

만약 그 일이 성사되면, 우리 딸이 후궁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아드님이 몇이나 된다 하던가요?"

"단 한 명뿐이오."

"그렇다면 허락해야지요.
설령 황후가 되지 못한다 해도, 우리 서주가 든든해질 것입니다."

여포는 엄씨의 말을 듣고 마침내 허락을 결정했다.
곧 한윤을 극진히 대접하며 혼인을 약속했다.
한윤은 회남으로 돌아가 이 소식을 전했고,
원술은 크게 기뻐하며 혼례 예물을 준비하여 다시 한윤을 서주로 보냈다.
여포는 예물을 받고 성대한 연회를 열어 한윤을 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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