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궁의 최후, 충절로 죽다
서황이 진궁을 압송해 오자 조조가 말했다.
“공대, 그동안 별일 없었는가?”
진궁은 냉소하며 답했다.
“그대의 마음이 올바르지 못하니, 내가 너를 떠난 것이오.”
조조가 다시 물었다.
“내 마음이 바르지 못하다면서, 어찌하여 그대는 여포를 섬겼는가?”
진궁은 의연히 답했다.
“여포는 꾀가 부족할지언정, 그대처럼 간사하고 음험하진 않소.”
조조는 조롱하듯 물었다.
“자신을 지혜롭고 꾀가 많다 자부하더니, 지금 이 꼴은 무엇인가?”
진궁은 옆에 있는 여포를 돌아보며 한탄했다.
“이 사람이 내 말을 들었더라면 이런 꼴은 면했을 텐데!”
조조가 물었다.
“이제 어찌하고 싶은가?”
진궁은 단호히 외쳤다.
“오늘 죽을 뿐이오!”
조조가 말했다.
“그럼 노모와 처자는 어찌하겠는가?”
진궁은 고개를 들어 말했다.
“효로써 천하를 다스리는 자는 남의 어버이를 해치지 않으며, 어진 정치를 베푸는 자는 남의 제사를 끊지 않는다고 들었소.
노모와 처자의 생사는 이제 명공께 달렸을 뿐, 나는 이미 포로가 되었으니, 당장 목숨을 끊어주시길 바라오.
더는 미련 없습니다.”
조조는 그를 아끼는 마음이 있었지만, 진궁은 곧장 백문루 아래로 내려가 목을 내밀었다.
좌우에서 말려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조조는 눈물을 흘리며 배웅했고, 진궁은 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조조는 명령을 내려 말했다.
“진궁의 노모와 처자를 허도로 옮겨 극진히 봉양하라.
태만하면 목을 벨 것이다.”
진궁은 그 말을 듣고도 말없이, 고개를 내밀고 형을 받아들였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눈물을 흘렸다.
조조는 관을 마련해 진궁의 시신을 허도에 장사 지냈다.
백문루의 충혼가 白門忠魂歌
後人有詩歎之曰:
뒷사람이 시를 지어 그를 탄식하며 이르기를:
生死無二志,丈夫何壯哉!
죽고 사는 데 뜻이 둘이 없으니, 대장부여 그 기개 얼마나 장하던가!
不從金石論,空負棟梁材。
굳은 절개 논하지 않고는, 큰 기둥감 재목됨도 헛되이 저버렸도다.
輔主真堪敬,辭親實可哀。
임금을 돕는 뜻 참으로 경탄할 만하고, 부모를 떠남은 참으로 슬프도다.
白門身死日,誰肯似公台!
백문루에서 그 몸 죽던 날, 누가 감히 진공대(陳公臺) 같을 수 있으랴!
백문루 최후, 여포의 최후 외침
막 조조가 진궁을 백문루 아래로 데려가던 중, 여포가 유비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상석의 귀빈이고 나는 계단 아래의 죄수인데, 어찌 한 마디의 너그러운 말도 없는가?”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조가 다시 위로 올라오자 여포가 외쳤다.
“명공께서 걱정하실 것은 오직 여포뿐이오.
나는 이미 항복할 뜻이 있소.
공께서 대장이 되고 내가 부장이 된다면 천하를 평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오.”
조조가 유비를 돌아보며 묻자, 유비는 이렇게 답했다.
“공께서는 정원과 동탁의 일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여포는 유비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 자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자로다!”
조조는 곧 여포를 끌어내려 목을 매달게 했다.
여포는 유비를 돌아보며 외쳤다.
“귀 큰 자식아! 예전에 원문 앞에서 극을 쏘아 맞췄던 일을 잊었느냐!”
그때 갑자기 한 사람이 큰소리로 외쳤다.
“여포 같은 놈아! 죽을 바엔 죽을 뿐, 무슨 겁이 있느냐!”
모두가 바라보니 도끼병들이 장요를 끌고 오는 중이었다.
조조는 여포를 목매단 뒤, 그의 머리를 베어 효수하게 했다.
백문루에서의 탄식
後人有詩歎曰:
뒷사람이 시를 지어 슬퍼하며 말하였다.
洪水滔滔淹下邳,
홍수가 도도히 흘러 하비성을 잠기우니,
當年呂布受擒時。
그 해는 바로 여포가 사로잡힌 때였다.
空餘赤兔馬千里,
천리를 달리는 적토마만이 덩그러니 남았고,
漫有方天戟一枝。
방천화극 한 자루 또한 허망하게 버려졌다.
縛虎望寬今太懦,
호랑이를 결박하고도 관용을 바라는 건 지금 보니 너무도 나약했고,
養鷹休飽昔無疑。
매를 기를 땐 굶겨야 한다는 옛말이 헛되지 않았도다.
戀妻不納陳宮諫,
아내를 사랑한 나머지 진궁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枉罵無恩大耳兒。
헛되이 귀 큰 자식을 은혜 모른다 욕하였도다.
장요의 일갈, 조조를 꾸짖다
又有詩論玄德曰:
또 어떤 이가 시를 지어 현덕을 논하며 말하였다.
“傷人餓虎縛休寬,
“사람을 해치는 굶주린 호랑이는 꼭 묶어야 하거늘,
董卓丁原血未幹。
동탁과 정원의 피도 아직 마르지 않았도다.
玄德既知能啖父,
현덕은 이미 양부를 해친 자임을 알거늘,
爭如留取害曹瞞?”
어찌 그를 살려두어 조조에게 해를 입히려 하였는가?”
한편, 무사들이 장요를 끌고 오자 조조가 그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 사람 어디서 본 듯하구나.”
장요가 말하였다.
“복양성 안에서 만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어찌 잊으셨소?”
조조가 웃으며 말하였다.
“그래, 나도 기억하고 있소!”
장요가 대답하였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오.”
조조가 묻기를,
“무엇이 안타깝다는 것이오?”
장요가 눈을 부릅뜨고 말하였다.
“그날 불길이 세지 못해, 너 같은 나라의 역적을 불태워 죽이지 못한 것이오!”
조조는 크게 노하여 말하였다.
“패장이 감히 나를 모욕하는가!”
그리고는 칼을 뽑아 손에 들고, 친히 장요를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장요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목을 내밀며 죽음을 기다렸다.
그 순간 조조의 뒤에서 한 사람이 그의 팔을 붙잡고, 또 한 사람은 조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였다.
“승상, 부디 손을 멈추소서!”
바로 이와 같았다.
“애걸하던 여포는 구해주는 이 없었고, 역적이라 욕하던 장요는 오히려 목숨을 건졌다.”
끝내 장요를 구한 자가 과연 누구인지, 다음 이야기에서 그 전말을 들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