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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제20회 위전수조(1)

by 장만리 202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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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二十回

曹阿瞞許田打圍 董國舅內閣受詔
(조아만 허전 타위  동국구 내각 수조)
조아만(조조)이 허전에서 사냥하고, 동국구(황제친족 동승)가 내각에서 밀조를 받다

圍田受詔 (위전수조) 허전에서 벌어진 사냥(圍田) 그 뒤 이어진 밀조 수령 사건(受詔)

 

조조가 장요를 귀순시키고 유비를 허도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조조가 칼을 들어 장요를 죽이려 하자, 유비가 그의 팔을 붙잡아 말렸고, 관우는 조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유비가 말하였다.
“이처럼 충성스럽고 진실한 사람은 마땅히 남겨 써야 합니다.”

관우 또한 말하였다.
“제가 평소에 장요가 충의로운 인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그를 보증하겠습니다.”

이에 조조가 칼을 던지며 웃고 말하였다.
“나 역시 장요의 충의를 알고 있었소. 

단지 시험해 본 것뿐이오.”

조조는 손수 장요의 결박을 풀고, 자신의 옷을 벗어 입혀주었으며, 자리에 올라 함께 앉게 하였다. 

장요는 그 은혜에 감동하여 마침내 귀순하였다.
조조는 그를 중랑장에 임명하고 관내후의 작위를 내렸으며, 장패를 귀순시키도록 명하였다.
장패는 여포가 이미 죽고 장요가 투항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투항하였다. 

조조는 그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장패는 다시 손관, 오돈, 윤례를 설득하여 함께 귀순하게 하였으나, 오직 창희만은 끝내 복종하지 않았다.
조조는 장패를 낭야의 태수로 봉하였고, 손관 등에게도 각각 관직을 주어 청주와 서주의 연해 지역을 수비하게 하였다.

여포의 아내와 딸은 허도로 호송되었다. 

조조는 삼군을 크게 위무한 뒤 진영을 거두고 철수하였다.
서주를 지나던 길에 백성들이 향을 피우고 길을 막으며, 유비를 서주목으로 남겨 달라 간청하였다.

조조는 말하였다.
“유사군의 공이 크니, 먼저 황제를 뵙고 작위를 받은 뒤에 돌아오더라도 늦지 않소.”

백성들은 땅에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드렸다.
조조는 거기장군 차주에게 서주를 임시로 다스리게 하였다.
그리하여 조조의 군대는 허창으로 돌아왔고, 출정에 참여한 이들에게 상과 작위를 내렸다.

유비는 승상부 근처의 저택에서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였다.

 

유비, 황제를 알현하고 한실 종친임을 증명하다

 

다음 날, 헌제가 조회를 열었다.
조조는 유비의 군공을 글로 아뢰며, 유비를 데리고 황제를 알현하게 하였다.

유비는 조정에 어울리는 복장을 갖추고 단상 아래에서 절하였다.
헌제가 그를 전각 위로 오르게 하여 물었다.
“경의 조상은 어느 분이오?”

유비가 아뢰었다.
“신은 중산정왕의 후예이며, 효경황제 폐하의 현손으로, 유웅의 손자이자 유홍의 아들입니다.”

황제는 종친의 족보를 가져오게 하여 조사하게 하였고, 종정경에게 명하여 이를 읽게 하였다.

종정경이 다음과 같이 낭독하였다.
“효경황제께서는 아드님 열넷을 두셨으며, 그 중 일곱째 아드님이 바로 중산정왕 유승이십니다.
유승은 육성정후 유정을 낳았고,
유정은 패후 유앙을 낳았으며,
유앙은 장후 유록을 낳았습니다.
유록은 기수후 유연을 낳았고,
유연은 흠양후 유영을 낳았습니다.
유영은 안국후 유건을 낳고,
유건은 광릉후 유애를 낳았으며,
유애는 교수후 유헌을 낳았고,
유헌은 조읍후 유서를 낳았습니다.
유서는 기양후 유의를 낳고,
유의는 원택후 유필을 낳았습니다.
유필은 영천후 유달을 낳았으며,
유달은 풍령후 유불의를 낳았고,
유불의는 제천후 유혜를 낳았습니다.
유혜는 동군 범령으로 있던 유웅을 낳았으며,
유웅은 유홍을 낳았고,
유홍은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으나, 유비는 곧 유홍의 아들입니다.”

 

 

유비를 황숙으로 삼고, 조조는 양표를 제거하다

 

황제가 족보를 펼쳐 살펴보니, 유비는 실로 황제의 숙부뻘이었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그를 편전으로 불러들여, 숙부와 조카의 예를 갖추어 대하였다.

헌제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조조가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니, 나라의 정사가 더는 내 손을 거치지 않는다. 

이제 이토록 영웅스러운 숙부를 얻었으니, 짐에게 큰 힘이 되겠구나!”

곧 유비를 좌장군에 제수하고, 의성정후에 봉하였다.
그 후 연회를 열어 정중히 대접하였고, 유비는 하사 받은 은혜에 감사를 표하고 조정을 물러났다.
이때부터 온 나라 사람들이 그를 ‘유 황숙’이라 불렀다.

조조가 승상부로 돌아가자, 순욱을 비롯한 여러 책사들이 들어와 말하였다.
“천자께서 유비를 숙부로 인정하셨으니, 명공께는 오히려 손해가 되지 않겠습니까?”

조조는 이에 대답하였다.
“그가 황숙이 되었으니, 나는 천자의 조서를 빌려 명을 내릴 수 있다. 

오히려 더 복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게다가 나는 그를 허도에 머물게 하고 있으니, 겉으로는 황제 가까이에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내 손안에 있소. 

무엇이 두렵겠소?”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진정 염려하는 바는 태위 양표이다. 

그는 원술의 친척이니, 만일 원씨 형제와 내통한다면 큰 화가 될 것이다.
즉시 제거함이 마땅하오.”

이에 몰래 사람을 시켜 양표가 원술과 몰래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무고하게 꾸미게 하였다.
조조는 양표를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고, 만총에게 명하여 그 죄를 조사하게 하였다.

 

 

공융의 직언과 조조의 사냥 준비

 

이 무렵, 북해태수 공융이 허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는 조조에게 간언하였다.
“양공의 가문은 네 대에 걸쳐 맑고 곧은 덕을 지켜왔는데, 어찌 원씨의 일로 그를 벌하시려 하십니까?”

조조는 답하였다.
“이는 조정의 뜻이오.”

공융이 다시 말하였다.
“이를테면 주나라 성왕이 소공을 죽였다 하여, 섭정이던 주공이 몰랐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조조는 말문이 막혀 어쩔 수 없이, 양표의 관직을 박탈하고 시골로 내쫓았다.
그 뒤, 의랑 조언이 조조의 독단적 행태에 분개하여 상소문을 올렸다.
그는 조조가 황제의 뜻을 받들지 않고, 제멋대로 대신을 체포한 죄를 탄핵하였다.
조조는 크게 노하여 즉시 조언을 잡아다 죽였다.
이에 조정의 모든 신하들은 공포에 떨었고, 감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모사 정욱이 조조에게 계책을 아뢰었다.
“지금 명공의 위세와 명망이 날로 드높아지고 있으니, 이때야말로 패왕의 길을 걸을 기회가 아닙니까?”

그러나 조조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조정에는 아직도 임금이 신뢰하는 중신들이 많으니, 섣불리 움직여서는 아니 되오. 

내가 먼저 천자께 사냥을 청하여, 그 뜻과 동정을 살펴보겠소.”

이에 조조는 명마와 명매, 날쌘 사냥개를 가려 뽑고, 활과 화살을 구비한 뒤, 먼저 군사를 성 밖에 모았다.
그제야 조정에 들어가 황제께 사냥을 청하였다.

헌제가 말하였다.
“사냥은 임금의 바른 도리가 아니니 꺼려지는 일이오.”

조조가 아뢰었다.
“옛 제왕들은 봄에는 봄사냥, 여름에는 논밭 사냥, 가을에는 깊은 숲을 누비고, 겨울에는 설원에서 짐승을 쫓으며, 사계절마다 교외로 나가 무력을 천하에 보이셨습니다.
지금 온 나라가 어지러운 이때야말로 사냥을 빌려 무예를 익힐 적기입니다.”

황제는 마지못해 이를 따랐다.
곧 '소요마'라 불리는 조련된 흰 말을 타고, 보석으로 장식된 활과 금으로 만든 화살을 지니고, 정규 황제의 수레를 앞세워 성을 나섰다.
유비는 관우, 장비와 함께 활과 화살을 장비하고, 가슴을 가리는 갑옷을 입고, 손에는 병기를 든 채 수십 기를 거느리고 황제의 뒤를 따라 허창을 떠났다.

조조는 '조황비전마'라 불리는 발굽이 누렇고 번개처럼 빠른 애마를 타고, 십만의 병사를 이끌고 황제와 함께 허전에서 사냥을 행하였다.
군사들은 사냥터를 빙 둘러 진을 쳤는데, 그 둘레가 이백여 리에 이르렀다.
조조는 황제와 나란히 말을 몰며, 오직 말머리 하나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였다.
그들 뒤에는 모두 조조의 심복 장수들이 둘러싸 있었고, 문무백관들은 멀리서 따를 뿐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허전에서 벌어진 사슴사냥과 관우의 분노

 

그날, 헌제는 말을 달려 허전에 도착하였다.
길가에 유현덕이 서서 맞이하니, 황제가 말을 건넸다.
“짐이 황숙의 활솜씨를 보고 싶소.”

이에 유현덕은 명을 받들고 말에 올랐다. 

마침 풀숲에서 토끼 한 마리가 튀어나왔고, 유현덕이 활을 당기자 한 발에 토끼를 정확히 꿰뚫었다.
황제가 크게 기뻐하며 갈채를 보냈다.
이윽고 흙 언덕을 돌아서니, 가시덤불 속에서 큰 사슴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황제가 연이어 화살을 세 발이나 쏘았으나 모두 빗나갔다. 

 

이에 조조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대가 한번 쏘아보시오.”

조조는 황제에게 보석으로 장식된 궁과 금으로 만든 화살을 받아 들고, 활시위를 한껏 당겨 단번에 쏘았다.
그 화살은 사슴의 등에 정통으로 박혀 사슴은 풀밭에 쓰러졌다.
곁에서 지켜보던 신하들과 장수들은 금화살이 박힌 것을 보고는 황제가 직접 맞춘 줄로 착각하고, 모두가 환호하며 “만세”를 외쳤다.
그 순간, 조조는 말을 몰아 앞으로 튀어나와, 황제보다 앞서 그 공을 받는 듯이 행동하였다.
이를 본 사람들은 모두 얼굴빛이 바랬다.

그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던 관운장은 몹시 노하였다.
짙은 누에눈썹을 치켜세우고, 붉은 봉황 같은 눈을 번뜩이며, 칼을 움켜쥔 채 말을 박차 조조를 향해 돌진하려 했다.
이를 본 유현덕이 다급히 손을 저으며 눈짓으로 제지하였다.
관우는 형의 뜻을 살피고는 감히 움직이지 못하였다.

유현덕은 몸을 낮추어 조조에게 축하를 건넸다.
“승상께서는 참으로 신궁이십니다.

세상에 유례없는 솜씨로군요.”

조조는 웃으며 대답하였다.
“이 또한 천자의 큰 복이 아니겠소.”

그리하고는 말을 돌려 헌제에게 하례하였으나, 활과 화살은 끝내 돌려드리지 않고 자기 몸에 걸어두었다.
사냥이 끝나자 허전에서 잔치를 열어 천자를 접대하고, 이어 황제는 허도로 돌아갔다.
모두들 흩어져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였다.

그날 밤, 관운장은 유현덕에게 물었다.
“조조 역적이 임금을 속이고 윗사람을 능멸하니, 제가 그를 죽여 나라의 해를 없애려 했건만, 형께서 어찌 저를 말리셨습니까?”

유현덕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쥐를 잡으려다 장독을 깬다는 말이 있지.

지금 조조는 황제와 단지 말머리 하나 차이로 곁에 있고, 그의 심복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소.
그대가 일순간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가볍게 행동했다가 혹시 일이 그르쳐 황제께 해를 입히기라도 하면, 그 죄는 도리어 우리가 덮어쓰게 될 것이오.”

관운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늘 이 역적을 베지 못한 것이 훗날 반드시 화근이 될 것이오.”

유현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하듯 말하였다.
“이 일은 마땅히 비밀로 하여야 하오.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시오.”

 

 

헌제의 눈물과 비밀 밀조의 시작

 

한편, 헌제는 사냥을 마치고 궁으로 돌아오자, 눈물을 흘리며 복황후에게 탄식하였다.
“짐이 즉위한 이래, 간사하고 야심 찬 무리들이 잇따라 일어났소.

처음엔 동탁의 화를 입고, 그 뒤에는 이각과 곽사의 난리를 겪었소.
보통 사람도 겪기 힘든 고통을, 짐과 그대가 함께 감당해 왔소.
뒤늦게 조조를 얻고는 이를 사직을 받드는 충신이라 여겼거늘, 뜻밖에도 정권을 제멋대로 농단하여 제왕의 권세를 함부로 휘두르고, 은혜와 형벌을 자의로 베풀고 있소.
짐은 그를 볼 때마다 등에 가시가 박힌 듯 불편하기 짝이 없소.
오늘 사냥터에서는 더욱 참을 수 없었소.

그가 황제인 짐보다 앞서서 만세를 받으며 환호를 즐겼으니, 그 무례함이 극에 달했소!
머지않아 반드시 음모를 꾀할 것이며, 우리 부부가 어느 날 죽임을 당할지 알 길이 없소!”

복황후가 눈물 어린 눈으로 답하였다.
“조정의 공경대부들이 모두 한나라의 녹을 먹고 있음에도, 정녕 나라의 위난을 구할 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옵니까?”

복황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득 궁문 밖에서 누군가가 급히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폐하, 황후 마마, 너무 근심 마시옵소서.
소신이 천거하고 싶은 인물이 한 사람 있으니, 그를 쓰신다면 나라의 해악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헌제가 돌아보니, 그 인물은 다름 아닌 복황후의 부친인 복완이었다.

 

헌제는 눈물을 거두며 물었다.
“황장께서도 조조의 전횡을 알고 계시오?”

복완이 답하였다.
“허전에서 사슴을 쏜 사건을 모르는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조정 안을 들여다보면, 조조의 종친이 아니면 그의 문하생들이요, 아니면 그의 당파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황실의 친척이 아니고서야, 누가 목숨을 걸고 충의를 다하여 역적을 토벌하려 하겠습니까?
늙은 신하인 저는 권세가 없으니, 감히 이 일을 도모하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그러나 차기장군 국구 동승이라면 믿고 맡기실 수 있사옵니다.”

헌제가 말했다.
“동 국구가 여러 차례 국난을 당하여 몸을 바친 일은 짐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소.
그를 불러 함께 대사를 의논해야겠소.”

복완이 급히 만류하며 말했다.
“폐하의 좌우는 모두 조조의 심복들로 가득합니다.
혹시라도 기밀이 새어나가면, 그 재앙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헌제가 근심스런 얼굴로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오?”

복완이 은밀히 답하였다.
“소신에게 한 계책이 있사온데, 폐하께서 비단 도포 한 벌과 옥으로 된 허리띠 하나를 지어, 몰래 동승에게 하사하소서.
그리고 그 옥띠의 안감 속에 비밀 조서를 정성껏 꿰매어 감추시옵소서.
그가 집에 돌아가 조서를 확인하게 하시면, 주야로 꾀를 세워도 귀신조차 눈치채지 못할 것이옵니다.”

헌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그대의 계책이 옳소.”

이에 복완은 절을 올리고 궁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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