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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제21회 조조자영(1)

by 장만리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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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二十一回 

曹操煮酒論英雄 關公賺城斬車胄
조조자주론영웅    관공찬성참거주
조조, 술을 끓이며 영웅을 논하고 /관우, 성을 속여 빼앗고 차주를 참하다

조조자영(曹操煮英) 조조가 술을 끓이며 영웅을 논함

유현덕을 시험하라, 마등의 제안

 

그런데 말하자면, 동승 등이 마등에게 물었다.
“공께서는 어느 사람을 쓰시려 하십니까?”

마등이 말하였다.
“예주목 유현덕이 이 자리에 있으니, 어찌 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으시렵니까?”

동승이 말하였다.
“그는 비록 황족의 후예라 하나, 지금은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는 터라, 어찌 선뜻 이 일에 나서려 하겠습니까?”

마등이 말하였다.
“내가 보기에, 지난번 수렵장에서 조조가 여러 신하의 경하를 받을 때, 운장이 현덕의 등 뒤에서 칼을 들고 조조를 죽이려 하였소.

그러나 현덕이 눈짓으로 그를 말려 물러서게 하였소.
이는 현덕이 조조를 해치고자 하지 않아서가 아니오. 

다만 조조에게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같은 심복들이 많아,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할까 염려했기 때문이오.
공께서 시험 삼아 그에게 요청해 보신다면, 틀림없이 응할 것이오.”

오석이 말하였다.
“이 일은 너무 성급히 추진해서는 안 됩니다.

마땅히 차분히 상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무리들은 모두 흩어져 물러갔다.

 

 

밀조를 품고 찾아온 동승

 

다음 날,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동승이 조정의 밀명을 품고 곧장 유현덕의 거처로 찾아갔다.
문지기가 이를 알리자, 현덕이 몸소 나가 맞이하여 작은 별당으로 모시고 자리를 마련하였다.
관우와 장비가 곁에 시립하였다.

현덕이 말하였다.
“국구께서 이 깊은 밤중에 친히 오시니, 필시 사연이 있으시겠지요.”

동승이 말하였다.
“낮에 말을 타고 찾아왔다가는 조조가 의심할까 염려되어, 이렇게 한밤중에 뵙게 되었소.”

이에 현덕은 술상을 차려 대접하였다.
동승이 말하였다.
“지난 수렵장에서, 운장이 조조를 죽이려 하였을 때 장군께서 눈짓으로 말리신 일, 어찌된 연유입니까?”

현덕이 깜짝 놀라 말하였다.
“공께서 어찌 그 일을 아셨습니까?”

동승이 말하였다.
“모두는 보지 못했으나, 나만은 분명히 보았소.”

현덕은 그 일을 더는 숨길 수 없음을 느끼고 마침내 고백하였다.
“제 아우가 조조의 월권을 보고 참지 못해 격분한 것일 뿐입니다.”

그러자 동승이 얼굴을 가리며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조정의 신하들이 모두 운장과 같다면, 천하가 어찌 태평하지 못하겠소!”

하지만 현덕은 혹시라도 조조가 그를 시험하려고 동승을 보낸 것이 아닌가 의심하여, 거짓으로 말하였다.
“조승상께서 국정을 잘 다스리고 계시니, 어찌 태평하지 않을까 염려하겠습니까?”

이에 동승은 낯빛이 변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였다.
“공께서는 한나라 황족이라 간담을 열어 속내를 말씀드린 것인데, 어찌 저를 속이십니까?”

현덕이 말하였다.
“국구께서 먼저 저를 속이신 것이 아닐까 하여 저 또한 떠본 것입니다.”

그러자 동승이 임금의 밀조가 담긴 의복과 옥대를 꺼내어 보여주니, 현덕은 분노와 슬픔을 이기지 못하였다.

 

 

한 조정의 밀서를 마주한 유현덕

 

또한 동승이 밀조와 함께 동맹 명단을 꺼내어 보여주니, 거기에는 여섯 명의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

첫째, 거기장군 동승.
둘째, 공부시랑 왕자복.
셋째, 장수교위 종집.
넷째, 의랑 오석.
다섯째, 소신장군 오자란.
여섯째, 서량태수 마등.

현덕이 이를 보고 말하였다.
“공께서 이미 조정의 조서를 받들어 간적을 토벌하고자 하시니, 제가 어찌 감히 견마지로를 아끼겠습니까?”

이에 동승이 절하며 사례하고, 이름을 써달라고 청하였다.
현덕 또한 붓을 들어 *‘좌장군 유비’*라 적고 서명한 뒤, 그 문서를 동승에게 건넸다.

동승이 말하였다.
“이제 세 사람만 더 청하여 열 명의 의인으로 힘을 모아 국적(나라의 도적)을 도모하고자 하오.”

현덕이 말하였다.
“이 일은 반드시 천천히 진행되어야 하며, 경솔히 새어 나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들은 함께 긴 시간 의논하다가 닭이 울 무렵인 오경이 되어 이별하였다.
그리하여 현덕은 조조의 의심과 위협을 피하고자 은밀한 처신을 다짐하였다.
거처 뒤뜰에 채소를 심고, 스스로 물을 주며 정원을 가꾸는 소일거리로 겸허함을 가장하였다.

이를 본 관우와 장비가 말하였다.
“형님께서 어찌하여 천하의 대사를 외면하시고, 이처럼 소인의 일을 배우십니까?”

현덕이 조용히 답하였다.
“이 일은 두 아우가 알 바가 아니오.”

그러자 두 사람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끓는 약술 아래, 영웅의 이름을 부르다

 

어느 날, 관우와 장비가 자리를 비운 사이, 현덕은 후원의 밭에서 채소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때, 허저와 장요가 수십 명의 병사를 이끌고 정원 안으로 들어오더니 말하였다.
“승상께서 사공을 즉시 모시라 하십니다.”

현덕이 놀라며 물었다.
“급한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허저가 답하였다.
“모르겠습니다. 

다만 모시라 하시기에 온 것입니다.”

현덕은 할 수 없이 두 사람을 따라 조조의 부중으로 들어갔다.

조조는 현덕을 보자 웃으며 말하였다.
“댁에서 참으로 큰일을 벌이고 계시구려!”

이에 현덕은 얼굴빛이 흙처럼 질려 말 한 마디 못하였다.
조조는 현덕의 손을 이끌어 함께 정원으로 가며 말하였다.
“현덕께서 농사일을 배우는 것이 쉽지 않겠소.”

그제야 현덕은 겨우 안심하며 대답하였다.
“딱히 할 일도 없고, 그저 소일거리일 뿐입니다.”

조조가 말하였다.
“마침 나뭇가지 끝에 달린 푸른 매실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예전 장수를 정벌하던 길에 물이 없어 군사들이 모두 목이 말랐지요.
그때 내가 꾀를 내어 채찍으로 앞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저 앞에 매화 숲이 있다’ 하였더니, 군사들이 말을 듣고 입안에 침이 돌아 갈증을 이겼습니다.
지금 이 매실을 보니 맛을 보지 않을 수 없고, 마침 약재를 달여 만든 술이 익었으니, 사공과 함께 작은 정자에서 한 잔 나누고자 불렀습니다.”

이리하여 현덕은 조심스레 마음을 가다듬고 조조를 따라 정자로 향하였다.
정자에는 이미 술과 안주가 준비되어 있었고, 쟁반 위에는 푸른 매실과 뜨겁게 끓인 약술 한 병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흉금을 터놓고 술잔을 기울였다.

 

조조, 유비를 가리켜 말하길—천하의 영웅은 너와 나뿐이오

 

술이 절반쯤 돌 무렵, 문득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소낙비가 쏟아질 기세였다.
수행하던 하인이 하늘 저 멀리에 용의 형상을 닮은 구름을 가리켰다.

조조가 난간에 기대어 그것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사공은 용의 변화무쌍함을 아시오?”

현덕이 공손히 대답하였다.
“자세히는 알지 못하옵니다.”

조조가 말하였다.
“용이란 크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솟아오르기도 하고 숨기도 하지요.
크게 일어나면 구름을 부르고 안개를 토하며, 작게 숨어들면 물고기의 비늘 속에 형체를 감추지요.
하늘로  오르면 우주를 날고, 숨으면 물결 속에 잠들지요.
지금처럼 봄이 깊으면, 용이 시절을 따라 끊임없이 변모하니, 이는 마치 사람이 뜻을 얻어 천하를 종횡하는 것과도 같소.

용이란 존재는, 세상의 영웅과 견줄 수 있소.
사공께서는 사방을 오래 두루 다니셨으니, 이 세상의 영웅이 누구인지를 아실 터이오.
시험 삼아 한 번 말씀해보시겠소?”

현덕이 말하였다.
“제가 어찌 이런 세상의 영웅을 알아볼 눈이 있겠습니까?”

조조가 웃으며 말하였다.
“겸손이 지나치십니다.”

현덕이 다시 말하였다.
“폐하의 은덕으로 조정에 벼슬을 얻었을 뿐, 천하의 영웅에 대해서는 참으로 아는 바가 적습니다.”

조조가 말하였다.
“얼굴은 몰라도, 이름쯤은 들으셨겠지요.”

현덕이 말하였다.
“회남의 원술은 병력과 식량이 넉넉하니, 영웅이라 할 만하지 않겠습니까?”

조조가 웃으며 말하였다.
“무덤 속의 마른 해골에 불과하오.
내가 조만간 사로잡을 놈이지요.”

현덕이 말하였다.
“하북의 원소는 대대로 삼공을 배출한 가문에다, 옛 신하들도 많고, 지금은 기주를 호랑이처럼 차지하고 있으니, 부하 중에도 유능한 자가 많습니다. 

영웅이라 해도 될 듯한데요?”

조조가 웃으며 말하였다.
“원소는 외모는 강직해 보이지만, 내면은 비겁하오.
계책을 세우는 걸 좋아하되 결단력은 부족하지요.
큰일을 맡고서도 몸을 아끼며, 작은 이익을 보면 본분을 잊는 자요.
그는 영웅이 아닙니다.”

 

 

“천하의 영웅은 오직 너와 나뿐이오”

 

현덕이 말하였다.
“유경승은 ‘팔준’이라 칭송받고, 구주에 그 위엄이 떨쳐져 있으니, 영웅이라 할 만하지 않겠습니까?”

조조가 말하였다.
“유표는 허명만 요란할 뿐 실상이 없으니, 영웅이라 볼 수 없소.”

현덕이 다시 말하였다.
“혈기 방장한 강동의 영수, 손백부는 어떻습니까? 

그는 틀림없이 영웅일 것입니다.”

조조가 말하였다.
“손책은 부친의 이름 덕을 입은 것일 뿐이니, 영웅이라 하기엔 부족하오.”

현덕이 말하였다.
“익주의 유계옥은 영웅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조조가 말하였다.
“유장은 비록 황족의 후예이나, 문지기 노릇이나 하는 집 지키는 개에 지나지 않소.
어찌 그런 자를 영웅이라 하겠소?”

현덕이 또 묻기를,
“그럼 장수, 장로, 한수 같은 이들은 어떻습니까?”

조조는 손뼉을 치며 크게 웃고 말하였다.
“그런 자들은 평범한 무리일 뿐이오. 입에 올릴 가치조차 없소.”

현덕이 말하였다.
“이들 외에는,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제야 조조가 자세를 바로 하며 말하였다.
“무릇 영웅이란, 가슴속에 큰 뜻을 품고, 뱃속에는 치밀한 꾀가 있으며, 우주를 품을 기운을 숨기고, 천지를 삼킬 듯한 기개를 가진 자라야 하오.”

현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사람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조조는 손가락을 들어 먼저 현덕을 가리키고, 다시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지금 이 천하에 진정한 영웅이라 할 자는, 오직 사공(유비)과 이 조조, 두 사람뿐이오!”

현덕은 그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수저와 젓가락을 저도 모르게 떨어뜨렸다.

이에 후세의 한 시인이 감탄하며 시를 지어 말하였다.

호랑이 굴에서 한몸 탈출하려 애쓰는데,
영웅을 논하자 가슴이 철렁 떨어졌구나.
천둥소리 빌려 위기를 덮어 넘기니,
임기응변, 실로 신과도 같도다.



난입하는 두 ‘번쾌’, 조조의 웃음으로 풀리다

 

 

이때 마침 비가 막 그쳤다.
그런데 갑자기 두 사람이 정원 안으로 돌입하였으니,
양손에 보검을 들고 정자 앞으로 뛰쳐나오는데,
좌우의 병사들이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었다.

조조가 자세히 보니, 그들은 다름 아닌 관우와 장비였다.

원래 두 사람은 성 밖에서 활을 쏘다 돌아오는 길에, 유비가 허저와 장요에게 이끌려 간 소식을 들었다.
놀라고 불안해진 두 사람은 급히 승상부로 달려와 후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혹시 해를 입을까 우려하여  망설이지 않고 곧장 정자 안으로 돌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정자에 이르러 보니, 현덕과 조조가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칼을 든 채 조용히 시립하였다.

조조가 그들을 보고 물었다.
“두 장군께서는 무슨 일로 오셨소?”

관우가 말하였다.
“승상께서 형님과 함께 술을 드신다 하기에, 우리가 칼춤이라도 추어 한바탕 웃음을 돋우려 왔습니다.”

조조가 웃으며 말하였다.
“여기는 ‘홍문연’이 아니오.
어찌 항장의 칼춤이나 항백의 무예가 필요하겠소?”

유비도 웃었다.
조조가 명하였다.
“술을 가져오라. 

이 두 번쾌에게 놀란 마음을 달래 주어라.”

관우와 장비가 절하며 사례하였다.

 

수저의 비밀, 유비의 고백

 

잠시 후, 술자리가 흩어지고 현덕은 조조에게 작별을 고한 뒤 돌아갔다.

길을 가며 관우가 말하였다.
“형님, 하마터면 우리 둘이 놀라 죽을 뻔했습니다!”

이에 유비는 방금 전 젓가락을 떨어뜨린 사연을 두 사람에게 털어놓았다.

관우와 장비가 묻기를, “형님께서 어찌 그리 놀라셨습니까?”

현덕이 말하였다.

“내가 정원을 가꾸고 채소밭을 일군 것은, 조조로 하여금 내가 큰 뜻이 없다고 믿게 하려는 계책이었소.
그런데도 조조는 내게 ‘영웅’이란 말을 던졌지 않소?
그 순간 심장이 얼어붙듯 놀랐고, 그만 수저를 떨어뜨리고 말았소.
조조가 의심할까 두려워 마침 울린 천둥소리를 빌려 위장을 한 것이오.”

관우와 장비가 감탄하며 말하였다.
“형님의 혜안은 참으로 깊고 크십니다!”

 

 

또 한 번의 초대, 공손찬의 최후

 

그 다음 날, 조조는 다시 유비를 불러 술자리를 베풀었다.
술이 막 돌고 있을 무렵,
누군가 와서 보고하기를,
“만총이 원소의 정세를 탐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조조가 만총을 부르자 유비가 먼저 급히 물었다.
“공손찬은 무사합니까? 

그 소식을 듣고 싶습니다.”

 

만총이 조조에게 아뢰었다.
“공손찬이 원소와 싸웠으나 불리하여, 성을 쌓고 둥글게 둘러싸며 방어하였습니다.
그 외곽에는 '역경루'라는 이름의 누각을 세우고 높이를 십장(十丈)이나 하며 식량 삼십만 석을 비축하여 스스로 지켰습니다.

그의 장병들은 밤낮없이 드나들며 싸웠고, 간혹 포위된 자가 있으면 구원을 요청했으나,
공손찬은 말하기를:
‘한 명을 구하게 되면, 이후 싸우는 자들은 누구나 구조를 기대하고, 죽기를 각오한 싸움을 하지 않게 된다.’
라며 끝내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원소의 군사들이 밀려오자 투항하는 자가 많아졌습니다.
공손찬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어, 사신을 보내 허도로 구원을 청하고자 하였으나, 중도에서 그 사신이 원소군에게 체포당하였습니다.
또한 공손찬은 장연에게 서신을 보내 ‘불을 피워 신호하자, 안팎에서 협공하자’고 몰래 약속하였으나, 이 서신을 전달하던 자도 다시 원소에게 잡혀, 도리어 성 밖에서 불을 지펴 공손찬을 유인하였습니다.

공손찬이 성을 나와 전투하였으나 사방에서 복병이 일어나 그의 군마 절반 이상이 꺾였습니다.
결국 성으로 물러나 지켰으나, 원소는 땅굴을 파서 곧장 역경루 아래까지 이르고는 불을 질렀습니다.
공손찬은 퇴로가 막혀 도망칠 수 없게 되자 먼저 처자식을 죽이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었으며, 그 가족은 모두 불에 타버렸습니다.

지금 원소는 공손찬의 군대를 얻고 세력이 더욱 강성해졌습니다.
한편, 원소의 아우 원술은 회남에 있으면서 사치와 교만이 지나쳐 군민을 돌보지 않아 백성의 원망을 사고 있으며, 부하인 뇌박과 진란은 이미 그를 버리고 숭산(嵩山)으로 떠났습니다.

원술은 스스로 황제 칭호를 원소에게 양보하겠다며 서신을 보냈고, 원소는 옥새를 탐하여 사람을 보내 원술을 불렀습니다.
원술은 황궁의 물품과 인마를 정리하여 먼저 서주(徐州)로 향하고 있습니다.
만약 두 사람이 협력하게 되면 그 세를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디 승상께서 속히 계책을 마련하시기를 청합니다.”

 

유비, 드디어 탈출을 결심하다

 

현덕은 공손찬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예전에 자신을 천거해준 은혜를 생각하며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였다.
또한 조자룡의 생사도 알지 못하여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이 시기를 놓치고도,
어찌 다시 달아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랴?”

즉시 몸을 일으켜 조조에게 말하였다.
“원술이 만약 원소에게 귀의하려 한다면, 반드시 서주를 지나게 될 것입니다.
신이 군을 이끌고 중도에서 이를 차단하면 원술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조가 웃으며 말하였다.
“내일 황제께 아뢰고, 곧 출병하시오.”

 

황제를 하직하고, 유비는 드디어 날아오르다

 

이튿날, 현덕은 조정에 들어가 황제에게 직접 아뢰었다.
조조는 명하여 유비에게 오만(五萬)의 군마를 총지휘하게 하였고, 또한 주령과 노소 두 사람을 동행하게 하였다.
현덕이 황제께 작별을 고하니, 황제가 눈물을 흘리며 전송하였다.
현덕은 숙소로 돌아가 별안간 밤을 새워 무기와 마구를 정비하고, 장군 인장을 걸고 출발을 서둘렀다.
동승은 십 리 밖 장정(長亭)까지 나와 배웅하였다.

현덕이 말하였다.
“국구께서 인내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출정에서 분명 폐하의 뜻에 보답할 기회를 만들 것입니다.”

동승이 말하였다.
“공께서는 부디 뜻을 잊지 마시고, 황제의 마음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두 사람은 서로 작별하였다.

 

 

“새장 속의 새, 그물이 걷힌 고기”

 

 

관우와 장비가 말 위에서 물었다.
“형님께서 이번 출정을 어째서 이리 황망히 서두르십니까?”

현덕이 말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새장 속의 새요,
그물 속의 물고기와도 같았소.
이번 출정은 곧 고기가 바다로 나아가고,
새가 푸른 하늘로 나는 것과 같으니,
더는 그물이나 새장에 매이지 않게 된 것이오!”

그리고 곧 관우와 장비에게 명령하여
주령과 노소의 군사들에게 속히 진군할 것을 재촉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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