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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제25회 약삼구백 約三救白

by 장만리 2025.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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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二十五回 
屯土山關公約三事 救白馬曹操解重圍 
둔토산 관공약삼사 구백마 조조해중위
관우가 둔토산에서 세 가지 약속을 맺고, 백마에서 조조를 구해 포위를 풀다

계략의 시작


그 즈음 정욱이 계책을 올리며 말했다.
"운장은 만 명을 맞설 수 있는 장수입니다.
지혜와 계략 없이는 그를 잡을 수 없지요.
그러니 지금 곧 유비 휘하에서 항복한 자들 가운데
믿을 만한 병사들을 뽑아 하비성으로 보내십시오.
그들이 관우를 찾아가
'우리는 도망쳐 돌아온 옛 부하들입니다'라 말하게 하십시오.
성 안에 잠복하게 하여, 안에서 호응하는 자로 삼는 것입니다.

그리고 관우를 전투에 끌어내어
거짓으로 패한 척하며 유인하여 다른 곳으로 끌고 갑니다.
그 뒤 정예병을 미리 매복시켜
그의 퇴로를 끊고,
그제야 그를 설득하거나 제압하면 됩니다."

조조는 그 말을 듣자 곧바로
서주에서 항복한 병사 수십 명을 뽑아
하비성으로 보냈다.

관우는 그들을 옛 부하들이라 여기고
의심 없이 받아들여 성 안에 머물게 하였다.

뜨거운 전율, 하비성 주변의 혈맹

다음 날, 하후돈이 선봉을 자처하며 오천 병력을 이끌고 등장했다.
관우는 쉽게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성문 밖으로는 나서지 않았다.

하비성 아래에서 하후돈이 욕설을 퍼붓자,
관우는 분노의 불꽃을 가누지 못하고
곧 세천의 군사를 이끌고 성을 뛰쳐나왔다.

그와 하후돈은 격전을 벌여 열여섯 차례 격돌하였고,
하후돈은 말을 돌려 먼저 물러났다.

관우는 그를 뒤쫓았고, 하후돈은 공격하며 또 도망쳤다.
관우는 큰 망설임 없이 관성에서 이십 리를 추격했지만,
하비성이 위태로워질까 염려되어 병력을 돌려 돌아왔다.

그 순간, 울리는 포성에 성가 운 데까지 혼란이 일었다.
왼쪽엔 서황, 오른쪽엔 허저의 군대가 나타나 관우의 퇴로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관우는 꿰뚫고 나아가려 했으나, 양쪽에는 매복한 병사들이 쇠뇌 백 장을 늘어놓고
화살을 메뚜기떼처럼 퍼부었다.

길은 완전히 막혔고, 관우는 칼을 움켜쥐고 고삐를 죄며 퇴각해 다시 근처를 정면 돌파했다.
그러나 다시 서황과 허저가 맞서 싸웠다.

밤이 짙게 내려앉을 무렵까지,
관우는 피로 물들도록 싸웠지만 돌아갈 길은 막혔다.

어쩔 수 없이, 관우는 한 가닥 희망으로, 흙산 하나를 향해 올라갔다.

그곳에 병사들과 함께 진영을 꾸리고 잠시 숨을 고르려는 순간,
사방은 이미 조조의 군대에 봉쇄되어 있었다.

그는 멀리에서 하비성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불길이 치솟고 있었는데—
내응병들이 몰래 성문을 열고
조조의 대군이 성안으로 진입해 불을 지른 것이었다.

관우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영혼이 떨리듯 굳었고, 밤새 여러 번 산을 내려와 돌격했지만
어지러운 화살에 다시 성문 아래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새벽의 구원, 장요의 도착

해가 밝아오자, 관우는 가야 할 길과 싸울 작정으로 마음을 정비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말발굽이 산 위로 다가왔다.
그는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그 자는 장요였다.

관우는 단호하게 물었다.
“문원, 나를 적으로 보러 온 것이오?”

장요는 차분히 답했다.
“아닙니다. 예전에 맺은 우정을 생각하여 형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말을 버리고 내려와
관우와 천천히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산 정상에 앉았다.

관우는 조심스레 물었다.
“형을 설득하러 온 것인가?”

장요는 부드럽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것도 아닙니다. 다만 형을 염려하는 소식을 전하려 왔습니다.”

관우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그래서 무슨 소식이오?”

장요는 사뭇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형께서 알지 못할까 두려웠습니다. 

어젯밤 하비성은 이미 조조에게 함락되었습니다. 

그러나 군민에게는 상처가 없었고, 가족들은 보호되었습니다. 

사람을 보내 형수들과 가족을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달라는 등의 조치가 있었습니다.”

관우는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그대의 말은 나를 달래려는 것으로 구려. 

지금 나는 죽을 준비가 된 자요. 

그대는 돌아가게. 나는 이 아래로 내려가 적과 맞서리라.”

의충의 세 가지 죄, 그리고 세 가지 약속

장요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형이 그렇게 말하면 천하 사람들이 형을 비웃지 않겠소?"

관우는 담담히 응수했다.
"나는 충의 하나 바라며 죽으려 하는데, 어떻게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겠소?"

장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었다.
"형께서 이제 죽는다면, 세 가지 죄가 있소."

관우는 조용히 물었다.
"그 세 가지 죄가 무엇이오?"

장요가 진지하게 전했다.
"첫째, 유비와 형님께서 도원에서 맹세할 때 생사를 함께하자고 하셨소.
그런데 형님께서 지금 전투 중에 죽는다면, 유비가 다시 나타나 형님의 도움을 구해도 도울 수 없소.
옛날의 맹세를 잊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오?
이것이 첫 번째 죄요.

둘째, 유비께서 가족들을 형님께 의탁하셨소.
그런데 형님께서 전사하시면, 후원할 곳이 없어진 어머님과 아내분들이 의지할 곳이 없소.
그것이 두 번째 죄요.

셋째, 형님의 무예는 탁월하고 문무를 겸비하셨소.
유비와 함께 한나라를 도우려 하지 않고, 오직 목숨을 바치는 용기만 드러낸다면,
그것은 참된 의(義)가 아닐 것이오.
이것이 세 번째 죄요.
이와 같은 세 가지 죄를 말하지 않을 수 없었소."

관우는 잠시 침묵한 뒤, 조용히 물었다.
"그대는 내게 세 가지 죄를 말했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것이오?"

장요가 부드럽게 답했다.
"지금 사방은 모두 조조의 군사라,
형께서 항복하지 않으시면 분명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되오.
허망한 죽음은 무익하니, 형께서는 잠시 조조에게 항복하고,
유비의 소식을 알아본 뒤 유비께 향하시는 것이 낫소.
이제까지와 달리 세 가지 이점이 있소.
첫째, 형수님들을 지킬 수 있고,
둘째, 도원의 맹세를 어기지 않으며,
셋째, 유익한 존재로 마음은 온전하게 남을 수 있소.
이 세 가지를 깊이 생각해 보오."

관우는 담담히 대답했다.
"그대가 말한 세 가지 이점도 있도다. 

하지만 나에게도 세 가지 조건이 있소.
만약 조조께서 그것을 받아주신다면, 나 또한 지금 즉시 갑옷을 벗겠소.
허락하지 않으시면, 그 세 가지 죄를 받아들이고 죽겠소."


장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조는 넓은 포용을 가진 군주이니, 무엇을 거절하겠소.
형의 세 가지 조건을 말씀해 보시오."

관우는 천천히 말했다.
"첫째, 나는 유비와 맹세한 바와 같이 한나라 황실을 지키겠소.
지금도 나는 오직 한나라 황제께만 투항하며,
조조께는 투항하지 않겠소.

둘째, 두 형수께서는 늘 유비의 봉록으로 생활하실 수 있게 해 주시고,
그들을 찾아오는 자가 있으면 절대 허락하지 말아주오.

셋째, 유비의 소재를 알게 되는 즉시, 천 리, 만 리라 해도 달려가 뵈어야 하겠소.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어그러지면, 나는 결코 항복할 수 없소.
문원, 속히 돌아가 이 세 조건을 전하시오."

장요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탔다.
그는 곧 조조에게 나아가 전하였다.
"관공께서는 ‘한나라 황실에만 항복하겠고, 조조께는 항복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곧 한나라의 승상이니, 곧 내가 한나라입니다.
이 조건은 받아들일 수 있겠소."

장요는 다시 이어 말했다.
"두 형수께서 유비의 봉록을 청하시고,
그들에게는 상하를 막론하고 찾아오는 자가 없기를 원하십니다."

조조는 말하기를,
"유비의 봉록을 내가 두 배로 더 주겠소.
그들을 내외로부터 엄금하는 것은 가정 내 법도이니, 무슨 의심을 하겠소?"

또 장요는 청하였다.
"그리고 유비의 소재를 알게 되면, 남김없이 가서 뵐 것이라 합니다."

조조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럼 내가 관우를 길러서 무엇에 쓰겠소?
이 조건은 받아들이기 어렵사옵니다."

통찰력 있는 장요는 차분하게 답했다.
"‘중인국사론(衆人國士之論)’을 듣지 않으셨소?
유비께서는 관우에게 은혜를 베푸셨고, 관우 또한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승상께서 그에게 더 큰 은혜를 베푸셔서 마음을 굳건히 붙드신다면,
어찌 그가 불복하겠습니까."

조조는 뜨끔하며 말했다.
"장요의 말이 진실로 옳소.
이제 나는 그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들어주겠소."

 

의를 좇는 길, 마지막 작별

장요는 다시 산 위로 올라와 관우에게 전갈을 전했다. 

 

이에 관우가 말했다.
“비록 승상께서 모든 조건을 받아들였다 하나,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이 있소.

병사를 물려 삼십 리만 후퇴해 주시게. 내가 하비성 안으로 들어가 두 형수님을 뵙고, 사정을 아뢰어 안심시킨 뒤에 몸을 바치겠소.”

장요는 곧장 말을 몰아 돌아가 이 말을 조조에게 전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조조는 지체 없이 군사들에게 명하여 삼십 리 뒤로 물러나게 하였다.

이를 본 참모 순욱이 급히 말렸다.
“장군, 이는 틀림없이 계략일 수 있습니다.

무턱대고 성문을 열게 두어선 안 됩니다.”

그러나 조조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관우는 천하의 의인이오. 그가 한 말을 저버릴 리 없소.”

그리하여 군은 물러났고, 성 밖에 긴 고요가 흘렀다.
관우는 병사들을 이끌고 하비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 안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안정되어 있었고, 백성들 또한 평정한 기색이었다.
그는 그대로 곧장 관저로 향하였다.

관저에 이르러 두 형수님을 뵈러 들어가자,
감씨 부인과 미씨 부인은 관우가 왔다는 소식에 놀라 급히 나와 마중하였다.

관우는 계단 아래 무릎을 꿇고 정중히 절을 하며 말했다.
“두 분 형수님께 놀라움과 근심을 끼쳐 드린 죄, 동생 관우의 잘못입니다.”

감씨 부인이 다급히 물었다.
“그런데 황숙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관우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대답했다.
“지금은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두 부인의 대답, 그리고 마지막 결심

감씨 부인이 조용히 물었다.
“그렇다면 이젠, 이 둘째 아우께선 어떻게 하실 작정이신가요?”

관우는 무릎을 반듯이 세우고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관우는 성 밖에서 사력을 다해 싸우다가 결국 흙산에 포위되었고,

그곳에서 장요가 찾아와 항복을 권하였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고, 조조는 이를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병사들을 물리게 하고 저를 성 안으로 들이게 한 것입니다.
하나 아직 두 형수님의 뜻을 듣지 못했기에, 제 마음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미씨 부인이 조용히 되물었다.
“그 세 가지 조건이란, 무엇이더냐?”

이에 관우는 차분히 숨을 고른 뒤, 조조에게 내건 세 가지 약조를 자세히 이야기했다.

첫째, 황숙 유비를 도와 한실을 다시 세우겠다는 다짐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관우는 조조가 아니라 한 황제에게 귀순하겠다고 한 것.

둘째, 두 부인의 거처에는 누구도 드나들 수 없으며, 

황숙의 봉록으로 이들을 모실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한 것.

셋째, 유비의 소식을 듣는 즉시 아무리 먼 곳이라도 곧바로 떠나겠다는 것.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감씨 부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제 조조의 군사가 성에 들어왔을 때, 우리 두 사람은 이미 목숨을 다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우리에게 손끝 하나 대는 이 없었고, 병사들은 감히 문 앞에도 오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이미 약속까지 마친 일을 두고 어찌 저희에게 다시 허락을 구하십니까?

오히려 저희는 그보다 더 두려운 일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조조가 아우를 놓아주지 않고, 황숙을 찾으러 떠나는 길을 막을까 그것이 걱정일 뿐입니다.”

그러자 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 관우에게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습니다.”

이에 미씨 부인도 나지막이 말했다.
“아우께서 스스로 판단하시면 됩니다.

이런 일에 저희 같은 여인이 끼어들 일은 아니지요.”

의리의 작별, 조조와의 마지막 인연

관우는 마침내 마음을 정하고 조용히 이별을 고하였다.
그는 수십 기의 기병을 이끌고 조조의 진영을 향해 달려갔다.
조조는 이 소식을 듣고 친히 진영 앞으로 나와 그를 맞이하였다.

관우는 말에서 내려 정중히 절을 올렸고, 조조는 다급히 몸을 굽혀 예를 다하였다.

관우는 고개를 들어 침착하게 말했다.
“패잔의 장수가 목숨을 부지한 것만도 크나큰 은혜입니다.

죽이지 않으신 은덕,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조조는 웃으며 화답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장군의 충성과 의리를 우러러 왔소.

오늘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내 일생의 바람 하나를 이루었소이다.”

관우는 조용히 눈을 들어 조조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문원(張遼)이 대신 전한 세 가지 조건, 승상께서 모두 수락하셨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그 약속이 허언이 아님을 믿고 있사오나, 다시금 확인드리고자 합니다.”

조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한 말이 나갔으니 어찌 신의를 저버릴 수 있겠소.”

관우는 마지막으로 마음을 드러내며 말했다.
“관우는 만일 황숙의 소식을 듣는다면, 설령 불 속이나 물 속이라도 반드시 그를 좇아갈 것입니다.

혹 그때 작별 인사를 드릴 틈이 없을지도 모르오니, 이 자리에서 미리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조조는 잠시 침묵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덕이 살아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대를 보내겠소.

다만 전쟁통에 그의 생사를 알 수 없으니 그 점이 걱정이오.

우선은 마음을 놓고, 정보를 계속 수소문해 봅시다.”

이에 관우는 고개를 숙여 깊이 감사를 표했다.
조조는 그를 위해 주연을 열고 후하게 대접하였다.
그 이튿날, 조조는 군을 거두어 허창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관우는 마차와 병장기, 기병들을 정리한 뒤,
두 부인을 정중히 마차에 태우고, 손수 말고삐를 쥔 채 마차를 앞장서 인도하며 길을 떠났다.

촛불을 들고 문밖에 선 사나이 – 허창의 충의

 

여정 중 관우 일행이 역참에 머물게 되었을 때,
조조는 관우와 두 부인의 군신(君臣) 예법을 어지럽히려는 속셈을 품고,
일부러 관우와 두 부인을 한 방에 머물게 하였다.

그러나 관우는 단호히 촛불을 들고 문 밖에 서서
한밤중에서 새벽이 될 때까지 한 치도 흐트러짐 없이 지켰고,
눈꺼풀 하나 내리지 않은 채 꼿꼿이 버텼다.

조조는 이 모습을 보고, 그 충직한 모습에 더욱 깊은 존경을 품게 되었다.

허창에 도착한 뒤, 조조는 관우에게 한 관저를 하사하였다.

이에 관우는 그 집을 두 구역으로 나누고,
안채에는 노병 열 명을 배치하여 경비하게 하고,
자신은 바깥채에 따로 거처하며 부인들과 철저히 예의를 지켰다.

조조는 관우를 이끌고 헌제를 배알하게 하였다.
황제는 그를 ‘편장군(偏將軍)’으로 임명하였고, 관우는 감사의 절을 올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조조는 다시 큰 잔치를 베풀고 자신의 책사와 무장들을 모두 불러 모아
관우를 귀빈으로 예우하며 상석에 앉혔다.

또한 비단과 금은기물을 마련하여 선물로 주었지만,
관우는 그것들을 모두 두 부인께 전해 보관하게 했다.

관우가 허창에 머무는 동안, 조조는 극진히 대우하였다.

작은 연회는 사흘에 한 번, 큰 연회는 닷새에 한 번씩 열렸으며,
조조는 다시 미녀 열 명을 선물로 보내 관우를 시중들게 하였다.

하지만 관우는 그 미녀들 전부를 안채로 들여보내 두 부인을 모시는 일에만 쓰도록 했다.

그리고 사흘에 한 번, 직접 안채 문 앞에 나아가 몸을 낮추고 예를 올리며
두 부인의 안부를 정중히 물었다.

두 부인은 관우가 황숙(유비)의 소식을 다 전한 다음엔
“삼촌, 편히 하십시오.”라고 말해주었고, 관우는 그제야 조용히 물러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조조는
다시 한 번 관우의 지극한 충성과 지조에 감탄하며,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형의 옛 옷을 품은 마음, 꿈속의 흉몽

어느 날이었다.
조조는 관우가 입고 있는 푸른 비단 전투복이 이미 낡은 것을 보고,
곧장 사람을 시켜 관우의 체격을 재어 새로운 무늬비단으로 만든 전투복 한 벌을 하사하였다.

관우는 그 옷을 받되, 겉에는 여전히 낡은 옷을 입고, 조조가 준 새 옷은 안에 덧입었다.

이를 본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운장, 어찌 이리 검소한가?”

관우는 답했다.
“제가 검소한 것이 아닙니다.
이 낡은 옷은 바로 유황숙께서 친히 내려주신 것입니다.
이 옷을 입고 있으면 마치 형님 얼굴을 뵙는 듯하여
승상의 새 옷을 받았더라도
형의 옛 정을 잊을 수 없어 여전히 겉에 입고 있는 것입니다.”

조조는 탄식하며 말했다.
“참으로 의로운 사내로다!”

그러나 입으로는 감탄을 표했으나, 그 마음속은 썩 기쁘지 않았다.

며칠 뒤, 관우가 관저에 있을 때였다.

 

갑자기 급보가 들려왔다.
“안채에서 두 부인께서 울다가 쓰러지셨습니다.
무슨 연고인지 알 수 없어 장군께서 속히 들러주셔야 하옵니다!”

관우는 곧 옷을 정돈하고 무릎 꿇고 안채 문 앞에서 조용히 물었다.
“두 분 형수님, 어찌하여 이리 슬피 우십니까?”

그러자 감부인이 나직이 말했다.
“어젯밤 꿈에 황숙께서 깊은 흙구덩이에 빠져 계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놀라서 깨어나니 가슴이 떨려 미부인과 함께 이야기해 보니
이제는 구천(九泉) 아래에 계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함께 통곡하고 있었답니다.”

이에 관우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꿈은 그저 꿈일 뿐, 믿을 수 없는 것이옵니다.
형수님께서 황숙을 그리워하시는 마음이 깊으셔서
그런 흉몽을 꾸신 것이니 부디 너무 근심 마시옵소서.”

 

아름다운 수염, 의리의 사나이

이야기 도중, 마침 조조가 사람을 보내 관우를 연회에 초대하였다.

관우는 두 형수에게 작별을 고하고조조를 뵈러 갔다.

조조는 관우의 얼굴에 눈물 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로 눈물을 흘리셨소?”

관우는 답하였다.
“두 형수께서 형님을 그리워하시며 통곡하셨기에, 저 또한 마음이 슬퍼 견딜 수 없었습니다.”

조조는 웃으며 위로하고,거듭 술잔을 권하였다.

관우는 술에 취하자 자신의 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나라에 은혜를 갚지 못하고 형님을 저버려 그저 남의 신하로 살아가는 것,
이 어찌 사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조조는 화제를 돌리듯 물었다.
“운장의 수염은 몇 가닥이나 되오?”

관우는 조용히 답하였다.
“대략 수백 가닥쯤 됩니다.
가을에는 세네 가닥씩 빠지고, 겨울에는 잘 끊어질까 두려워 검은 비단망에 싸서 보호하고 있지요.”

조조는 그 말을 듣고 비단으로 된 아름다운 수염 주머니를 만들어
관우에게 선물하여 수염을 감싸도록 하였다.

다음 날 아침, 관우는 조조와 함께 황제의 조회에 참석하였다.

헌제는 관우의 가슴께 드리운 비단 주머니를 보고 묻기를,
“그대의 품에 찬 저것은 무엇인가?”

관우는 아뢰었다.
“신의 수염이 워낙 길어 승상께서 비단 주머니를 하사하시어 수염을 넣고 다니고 있나이다.”

황제는 그 자리에서 직접 보라 명하여 수염을 풀어보게 하였는데, 그 길이가 배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다.

황제는 감탄하며 말씀하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수염이로다!”

그때부터 조정 안팎의 사람들이 관우를 “미염공(美髯公)”이라 부르게 되었다.

천리를 달리는 붉은 말, 형을 향한 그리움

어느 날, 조조는 관우를 연회에 초대하였다.
연회가 끝나고, 관우를 문밖까지 배웅하던 조조는

관우가 탄 말이 몹시 여윈 것을 보고 물었다.
“운장, 그대의 말이 어찌 이리도 야윈 것인가?”

관우는 예를 갖추어 대답하였다.
“제 몸이 무겁고 거칠어 말이 감당하지 못하는 탓에 늘 마른 듯하옵니다.”

조조는 듣자 곧 좌우에게 명하여 좋은 말을 준비하게 하였다.
잠시 후, 말 한 필이 끌려 나왔다.

그 말은 온몸이 불덩이처럼 붉었고, 자태는 웅장하고 준마였다.

조조가 그 말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대, 이 말이 어떤 말인지 아는가?”

관우가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혹시 이 말이, 예전에 여포가 탔던 적토마가 아니겠습니까?”

조조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바로 그 말이오.”

그리고는 안장과 고삐까지 곁들여 그 말을 관우에게 선물로 주었다.

관우는 다시금 무릎 꿇고 깊이 절하며 감사 인사를 올렸다.

조조는 그 모습을 보고 못마땅한 듯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그동안 미인도 보내고 금은보화도 내렸거늘
그대는 한 번도 무릎 꿇고 절한 적이 없었소.
그런데 말 한 마리를 주었더니
이토록 기뻐하며 두 번씩이나 절을 올리니,
사람은 천한 존재요, 짐승은 귀하단 말이오?”

관우는 진중히 대답하였다.
“이 말이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제가 잘 알고 있사옵니다.
이제 이 말을 얻었으니 형님의 행방을 알기만 하면

단 하루 만에라도 형님을 뵈러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조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속으로 깊이 후회하였다.
관우는 다시 예를 갖추어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후세 사람이 읊은 감탄의 시

“삼국에 위세 떨친 진정한 영웅,
한 집을 나누어 살며 의리를 더욱 높였도다.
간사한 재상은 헛된 예로 그를 꾀했으나,
어찌 알았으랴, 관우는 결코 조조에게 무릎 꿇지 않으리란 것을.”

 

관우의 충의 – 장요의 시험

 

조조가 장요에게 물었다.
“내가 운장을 박대하지 않았거늘, 

그는 늘 마음속에 떠날 생각을 품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이오?”

장요가 대답했다.
“제가 그 진심을 살펴보겠습니다.”

이튿날, 장요는 관우를 찾아갔다.
예를 갖추고 인사를 나눈 뒤 장요가 말했다.
“제가 형님을 승상께 천거해 모셨는데, 혹시 대접에 소홀함은 없었습니까?”

관우가 대답했다.
“승상의 후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만, 이 몸은 비록 여기 있으나, 마음은 늘 황숙(劉備)께 향하고 있어 떠날 뜻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장요가 말했다.
“형님의 말씀은 그르십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경중을 분별하지 않는다면 대장부라 할 수 없습니다. 

현덕께서 형님을 대우하심이 승상보다 반드시 나았다고도 할 수 없거늘, 어찌하여 떠날 뜻만 품고 계십니까?”

관우가 대답했다.
“나는 본디 조공께서 나를 깊이 후대하심을 잘 압니다. 

그러나 나는 유황숙께서 내게 베푸신 큰 은혜를 입어, 함께 죽기로 맹세한 바 있으니 배반할 수 없습니다. 

나는 끝내 이곳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다만 먼저 공을 세워 조공께 보답하고, 그 후에 떠날 것입니다.”

장요가 다시 물었다.
“만약 현덕께서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면, 형님께서는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관우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저승이라도 따라가겠습니다.”

장요는 관우가 끝내 붙잡아 둘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작별을 고하고 물러났다.
그리하여 조조를 다시 찾아가 사실을 모두 아뢰었다.

조조가 탄식하며 말했다.
“임금을 섬기며 그 본분을 잊지 않다니, 이는 천하의 의로운 사나이라 할 만하오!”

이에 순욱이 아뢰었다.
“그는 공을 세운 후에 떠나겠다고 하였으니, 공을 세우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쉽게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조조는 이 말이 옳다고 여겼다.

 

유비의 번민, 원소의 결단 – 조조 토벌의 서막

 

이야기를 돌이켜 말하자면, 

현덕(유비)은 원소(袁紹)의 처소에 머무르면서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번민하고 있었다.

그러자 원소가 물었다.
“현덕은 어찌하여 늘 근심이 가득하시오?”

현덕이 대답하였다.
“두 아우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처자식은 조조 도적에게 사로잡혔습니다.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가정을 지키지 못하였으니 어찌 근심하지 않겠습니까?”

원소가 말하였다.
“내가 허도로 군사를 진격시키고자 한 지 오래되었소.
지금 마침 봄이 따뜻하니, 병사를 일으키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요.”

이에 조조를 무너뜨릴 계책을 의논하였다.

그러자 책사 전풍(田豐)이 간언 하였다.
“예전 조조가 서주(徐州)를 공격했을 때, 

허도는 비어 있었는데 그때 공격하지 못하였습니다.
지금은 서주가 이미 함락되어 조조의 군세가 날카롭게 살아 있으니, 

가볍게 적을 얕보아선 안 됩니다.
오히려 오랜 기간을 두고 대치하며 허점을 노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자 원소가 말하였다.
“좀 더 생각해 보겠소.”

그래서 원소는 현덕(유비)에게 물었다.
“전풍이 나에게 굳게 수비하라고 권하는데, 그 의견은 어떻소?”

현덕이 대답하였다.
“조조는 임금을 속이고 농락하는 반역자입니다.
명공께서 그를 토벌하지 않으신다면, 천하의 대의(大義)를 잃게 될까 두렵습니다.”

원소가 말하였다.
“현덕의 말이 매우 옳소.”
그리고는 즉시 출병하려 하였다.

그러자 전풍이 다시 간언하였다.

그러자 원소가 노하여 말하였다.
“너희들은 문장을 가지고 무장을 얕보니, 오히려 내가 대의를 잃게 하려는 것이냐!”

전풍이 머리를 조아리며 간곡히 말했다.
“신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면, 군사를 내어도 승산이 없을 것입니다.”

원소는 크게 분노하여 전풍을 참하려 하였다.

그러나 현덕이 힘써 간하여 간신히 죽음은 면하고 옥에 갇히게 되었다.


저수(沮授)가 전풍이 옥에 갇힌 것을 보고는 곧 자신의 친족들을 모아
가산을 모두 나누어 주고, 전풍과 작별하며 말하였다.
“내가 군을 따라 출정하지만, 이기면 권세가 하늘을 찌를 것이고,
지면 내 한 목숨도 보전하지 못할 것이오!”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그를 배웅하였다.

원소는 장군 안량(顏良)을 선봉으로 삼아 백마(白馬)를 공격하게 하였다.

이에 저수(沮授)가 간언하였다.
“안량은 성격이 좁고, 비록 용맹하긴 하나 단독으로 맡기기엔 부적절합니다.”

그러자 원소는 말하였다.
“그는 나의 최고의 장수이니, 너희들이 논할 바가 아니다.”

대군은 출발하여 여양(黎陽)에 이르렀고,
이때 동군(東郡) 태수 유연(劉延)이 급히 허창(許昌)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조조는 급히 병력을 일으킬 것을 의논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관우는 곧바로 상부(相府)에 들어가 조조를 뵙고 말하였다.
“승상께서 군사를 일으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선봉에 서기를 원합니다.”

조조가 대답하였다.
“장군께 감히 폐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머지않아 일이 있으면 정식으로 요청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관우는 물러갔다.

백마 전투 개시 – 조조, 직접 출정하다

조조는 15만 대군을 이끌고 세 갈래로 나누어 진군하였다. 

도중에 동군 태수 유연으로부터 위급하다는 요청문이 연이어 도착하자, 

조조는 그중 정예병 5만을 선발하여 직접 백마로 향하였다. 

백마에 도착한 조조는 흙 언덕 근처에 진을 치고 지형을 살폈다. 

멀리 산 앞 들판에서는 안량이 이끄는 선봉군 10만이 정연하게 진을 벌이고 있었다.

그 위세에 놀란 조조는 여포의 옛 부하였던 송헌을 불러 말했다.
“듣자 하니 너는 여포 휘하의 용장이라 들었다.

지금 나가 안량과 맞서 싸워보라.”

송헌은 명을 받고 창을 들어 말을 타고 적진으로 향했다. 

진문기 아래에서 안량은 당당하게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송헌이 다가오자 안량은 크게 외치며 말을 몰아 돌진했고, 

단 세 번의 공격이 오가기도 전에 송헌을 단칼에 참수해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조조는 크게 놀라며 말했다.
“진정한 용장이로다!”

송헌의 죽음에 격분한 위속이 나서 복수를 청했고, 조조는 이를 허락했다. 

위속은 말을 타고 나가 창을 들고 안량에게 욕설을 퍼부었으나, 

안량은 말도 없이 단숨에 돌진해 단 한 합 만에 위속의 머리를 베었다.

조조는 놀라 소리쳤다.
“지금 저를 당할 자가 누구란 말인가!”

이때 서황이 나서 안량과 20합을 싸웠지만, 결국 패하고 돌아왔다. 

장수들은 공포에 떨었고, 조조는 어쩔 수 없이 군을 철수시켰다.

 안량도 마찬가지로 병사를 거두고 물러났다.

 

계책 등장 – 의리도 이용하는 조조의 책략

장수 둘이 잇달아 목숨을 잃자 조조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자 참모 정욱이 나서서 한 사람을 추천했다.
“안량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관우뿐입니다.”

조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허나, 그가 공을 세우고 곧 떠나버리면 어쩌지 않겠소?”

정욱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유비가 살아 있다면, 아마 원소에게 몸을 의탁했을 것입니다.

만약 관우로 하여금 안량을 베개 하면, 원소는 유비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 유비를 죽이게 될 것입니다.

유비가 죽으면 관우는 돌아갈 곳을 잃고, 조공께 충성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즉시 사람을 보내 관우를 초청하였다.

초청을 받은 관우는 먼저 두 형수에게 작별을 고했다. 형수들은 당부하였다.
“이번에 나가거든, 부디 황숙의 소식을 꼭 알아와 주세요.”

관우는 고개를 숙여 약속한 뒤, 청룡언월도를 들고 적토마에 올라 

몇몇 수행원과 함께 백마로 향해 조조를 만났다. 

 

조조는 상황을 설명하며 말했다.
“안량이 이미 두 장수를 연이어 베었소.

그 용맹을 감당하기 어려워 자네에게 자문을 구하려 했소.”

관우는 간단히 대답했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조조는 관우를 위해 술자리를 베풀었다.

 한창 술이 오가던 중, 갑자기 급보가 들어왔다.
“안량이 결투를 청해왔습니다!”

조조는 관우와 함께 흙 언덕 위로 올라갔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고 장수들이 주위를 둘렀다.

조조가 산 아래를 가리키며 감탄했다.
“하북의 군세가 이리도 웅장하니, 대단하지 않소!”

그러자 관우는 가볍게 일축했다.
“제 눈에는 흙닭과 질그릇 개에 불과합니다.”

조조는 깃발 아래 비단 갑옷에 칼을 든 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자가 바로 안량이오.”

관우는 한 번 올려다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제 눈에는 머리를 팔러 나온 자처럼 보일 뿐입니다.”

조조는 조심하라며 타일렀지만, 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였다.
“제가 비록 보잘것없지만, 만군 속으로 들어가 그의 머리를 베어 승상께 바치겠습니다.”

이를 듣고 장요가 나서며 조심스레 말했다.
“전장에서는 농담을 하지 않는 법. 운장은 결코 허언을 하지 않을 분입니다.”

관우는 당장 말에 올라탔다. 

청룡언월도를 거꾸로 든 채, 적토마를 몰아 흙 언덕 아래로 돌진하였다. 

봉황 같은 눈이 둥글게 치켜 올라가고, 누에 같은 눈썹은 곧게 치솟았다. 

그 기세는 마치 한 마리 맹수처럼, 관우는 하북의 진영을 뚫고 나아갔다.

하북의 군사들은 마치 파도가 갈라지듯 두 갈래로 흩어졌고, 공포에 휩싸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승리의 귀환

 

관우는 그대로 안량을 향해 달려갔다.
안량은 깃발 아래에 있다가 관우가 돌진해 오는 것을 보고 무언가 묻고자 했지만,
적토마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이미 관우는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안량은 미처 손을 쓰지 못한 채, 관우의 칼에 찔려 말에서 떨어졌다.

관우는 말에서 내려 안량의 목을 베어 말 목에 묶은 뒤,
훌쩍 말 위에 올라타 칼을 들고 그대로 적진을 빠져나왔다.
마치 사람이 없는 곳을 지나가듯 적진을 헤치며 나왔다.

하북군은 크게 놀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한 채 진형이 무너지고 혼란에 빠졌다.
조조군은 그 틈을 타 기세를 몰아 공격했고, 죽은 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으며,
말과 무기, 장비 등도 엄청나게 빼앗았다.

관우는 말을 달려 언덕 위로 올라왔고, 모든 장수들은 그를 향해 기쁨으로 외치며 칭송했다.
관우는 안량의 머리를 조조 앞에 바쳤다.

조조는 놀라며 말했다.
“장군은 참으로 신 같은 인물이오!”

이에 관우는 겸손히 말하였다.
“제가 어찌 대단하겠습니까.
저의 아우 장익덕은 백만 대군 속에서도

상장의 머리를 마치 주머니에서 꺼내듯 쉽게 취합니다.”

조조는 크게 놀라며 좌우에게 명령했다.
“이제부터 장익덕을 만나거든 절대 가볍게 여기지 말라.”
그리고 그 말을 자기 옷깃 안쪽에 직접 적어두게 했다.

한편, 안량의 패잔병이 달아나다 길에서 원소를 만났고, 그에게 상황을 보고하였다.
“붉은 얼굴에 긴 수염을 가진 장수가 말을 타고 단신으로 진영에 뛰어들어
안량 장군을 참수하고 사라졌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크게 패하였습니다.”

원소는 놀라며 물었다.
“그 자가 누구란 말이냐?”

그러자 저수가 대답했다.
“그는 틀림없이 유현덕의 아우, 관운장일 것입니다.”

원소는 크게 분노하며 유비를 가리켜 외쳤다.
“네 아우가 내 가장 사랑하는 장수를 죽였으니,
너도 분명히 그와 짜고 한 짓일 것이다.
너를 데려다가 뭐에 쓰겠느냐!”

곧바로 형을 집행하는 군사를 불러 유비를 끌어내 참수하게 하였다.

“처음에는 귀빈으로 대접받았지만,
이제는 죄수처럼 칼 아래 서게 되었구나.”




과연 유비는 이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를 이어서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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