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의 분노, 독우를 벌하다
장비는 답답한 마음에 술 몇 잔을 들이켜고 말을 타고 역관 앞을 지나가다가 50~60명의 노인들이 문 앞에서 통곡하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장비가 까닭을 묻자, 노인들이 답했습니다.
“독우가 현의 관리들을 협박하며 유공(유비) 을 해치려 합니다.
저희가 가서 호소하려 해도 들여보내주지 않고, 오히려 문지기에게 쫓겨 맞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장비는 눈이 불쑥 튀어나올 듯 분노하며 이를 갈았습니다.
“악독한 자식!” 하며 말에서 벌떡 내려 곧장 역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지기들이 막을 틈도 없이 안채로 뛰어들어가 보니, 독우가 의기양양하게 앉아 현의 관리들을 묶어 놓고 있었습니다.
장비가 소리쳤습니다.
“민중을 해치는 도적놈, 나를 알아보겠느냐!”
독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장비는 그의 머리채를 움켜잡아 끌고 나가 현청 앞 말뚝에 묶어버렸습니다.
이어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독우의 다리를 힘껏 채찍질했습니다.
버드나무 가지가 부러져 나가는 동안 장비는 계속해서 때렸습니다.
열몇 개의 가지가 부러질 때까지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때 유비가 무슨 일인가 싶어 현청 앞의 소란을 묻자, 좌우에서 답했습니다.
“장군께서 한 사람을 묶어 놓고 호되게 때리고 계십니다.”
정의를 위해 관직을 버리다
현덕이 급히 가보니, 묶여 있는 사람이 바로 독우였습니다.
놀란 현덕이 이유를 묻자, 장비가 말하였습니다.
“이런 백성을 해치는 악당은 맞아 죽어도 마땅합니다!”
독우가 간청하여 말하였습니다.
“현덕 공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십시오!”
결국 자비로운 성품의 현덕은 장비에게 급히 멈추라 외쳤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관우가 다가와 말하였습니다.
“형님께서 큰 공을 세우셨는데도 겨우 현위에 불과하고, 지금은 오히려 독우에게 모욕까지 당합니다.
난세에 이곳은 영웅이 머물 곳이 못 됩니다.
독우를 처치하고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큰 뜻을 도모함이 어떻겠습니까?”
이에 현덕은 관직을 상징하는 인수를 독우의 목에 걸고 꾸짖으며 말했습니다.
“네가 백성을 해쳐 죽여 마땅하지만, 목숨은 살려주겠다.
이 인수를 돌려주고 우리는 떠난다!”
독우는 돌아가 정주 태수에게 알렸고, 태수는 상부에 보고하고 사람을 보내 세 사람을 잡으려 했습니다.
결국 현덕, 관우, 장비는 대주로 가서 유회에게 의탁했고, 유회는 현덕이 한나라 왕실의 종친임을 알고 집에 숨겨주었습니다.
십상시의 전횡과 백성의 탄식
십상시는 이미 막강한 권력을 쥐고 서로 모의해 뜻을 따르지 않는 자는 모두 처단하기로 했습니다.
조충과 장양은 황건적을 물리친 장수들에게 금과 비단을 요구하며 따르지 않으면 직책을 박탈하겠다고 했습니다.
황보숭과 주준은 거부하였고, 이에 조충 등은 황제에게 두 사람의 직위를 파면하도록 상주했습니다.
황제는 다시 조충을 거기 장군으로 봉하고, 장양을 포함한 13명에게 제후의 작위를 내렸습니다.
조정은 갈수록 혼란해지고 백성의 탄식은 깊어만 갔습니다.
이때 장사에서 구성이 반란을 일으키고, 어양의 장거와 장순도 반기를 들었습니다.
장거는 스스로 황제를 자처하고, 장순은 대장군을 칭하며 온 천하를 들끓게 하였습니다.
급박한 상소문이 눈처럼 쌓였지만 십상시들은 이를 모두 감추고 황제에게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탁탁,” 망치처럼 쏟아지는 고통과 불만이 조정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황제 앞에서의 간언, 무너지는 한나라
어느 날, 황제는 후원에서 십상시들과 잔치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간의대부 유도가 황제 앞에 나와 크게 울며 간언 했습니다.
황제가 그 이유를 묻자 유도가 말했습니다.
“천하가 위태로운 이때에 폐하께서는 환관들과 술을 마시고 계십니까?”
황제가 “나라가 평안한데 무슨 위급함이 있느냐?”라고 묻자 유도는 답했습니다.
“사방에 도적이 일어나 주군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그 화근은 모두 십상시들이 매관매직으로 백성을 괴롭히고 임금을 속였기 때문입니다.
조정의 바른 신하들은 모두 떠났고, 재앙은 바로 눈앞에 다다랐습니다!”
그러자 십상시들은 급히 모자를 벗고 황제 앞에 엎드려 말했습니다.
“대신들이 저희를 용납하지 않으니 저희는 살 수가 없습니다.
원컨대 목숨을 구걸하며 전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니, 저희 가산을 모두 헌납해 군자금에 보태겠습니다.”
십상시는 이 말을 하고 눈물을 쏟았습니다.
이에 황제는 유도에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너의 집에도 가까이 모시는 자가 있을 텐데 어찌 나만 인정하지 않는단 말이냐!”
그리고 무사를 불러 유도를 끌어내 처형하라 명했습니다.
유도는 끌려 나가면서도 크게 외쳤습니다.
“신은 죽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가엾은 한나라 천하가 400년을 이어왔는데 오늘로 하루아침에 끝이 나게 되니 애통합니다!”
진탄의 외로운 간언
무사들이 유도를 끌어내어 처형하려 하자, 한 대신이 소리쳤습니다.
“잠시 멈추시오. 내가 황제께 아뢰겠소.”
모두가 바라보니 사도 진탄이었습니다.
진탄은 곧장 궁으로 들어가 황제께 간언 했습니다.
“유도가 무슨 죄로 죽음을 당해야 합니까?”
황제가 답했습니다.
“그는 나의 측근을 비방하고 짐을 모독했다.”
진탄이 말했습니다.
“천하의 백성들은 십상시의 고기를 씹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그들을 부모처럼 섬기고, 아무 공도 없는 자들을 열후에 봉하셨습니다.
더구나 봉서 등은 황건적과 결탁하여 반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스스로 깨닫지 않으시면 사직이 곧 무너질 것입니다!”
황제가 답했습니다.
“봉서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명확하지 않소.
십상시 중에서도 한두 명쯤은 충신이 있지 않겠소?”
진탄은 답답한 마음에 계단에 머리를 찧으며 아뢰었습니다.
황제는 크게 노하여 진탄을 끌어내어 유도와 함께 감옥에 가두라 명했습니다.
그날 밤, 십상시는 옥중에서 그들을 죽일 계획을 꾸몄습니다.
이후 황제는 거짓으로 칙명을 내려 손견을 장사태수로 삼아 구성을 토벌하게 했습니다.
50일도 지나지 않아 손견은 승전 소식을 알리며 강하를 평정했고, 황제는 손견을 오정후에 봉했습니다.
평원을 되찾은 유비의 공로
조정은 유우를 유주목으로 봉하고 군사를 이끌고 어양으로 가서 반란을 일으킨 장거와 장순을 정벌하도록 명했습니다.
대주에서는 유회가 서신으로 유비를 추천하여 유우와 만나게 했고, 유우는 크게 기뻐하며 유비를 도위로 임명해 군을 이끌고 적의 소굴로 진격하게 했습니다.
며칠에 걸쳐 대전을 치르며 적의 사기를 꺾었습니다.
잔혹한 장순에게 불만을 품었던 부하들이 그를 암살하고 유비에게 항복했습니다.
장거는 패배를 자각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어양이 평정되었습니다.
유우는 유비의 공을 조정에 보고하여, 조정은 유비가 독우를 채찍질한 사건을 용서하고, 하밀승으로 임명한 뒤 고당위로 승진시켰습니다.
공손찬 또한 유비의 공을 상주하여 그를 별부사마로 추천했고, 평원 현령을 맡기게 했습니다.
유비는 평원에서 자금을 확보하고 병력을 정비해 옛날의 기세를 되찾았습니다.
유우는 반란을 평정한 공으로 태위에 봉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