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삼국지연의 제1회 도원결의 (2)

by 장만리 2024. 10. 27.

장각의 반란과 천공장군의 탄생

장각은 자신의 계획이 들통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밤을 틈타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자신을 ‘천공장군’이라 칭했고, 둘째 장 보는 ‘지공장군’, 막내 장량은 ‘인공장군’으로 칭했습니다.

장각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지금 한나라의 운명이 끝나가고 있다. 이제 새로운 성인이 나타날 때이다. 하늘의 뜻을 따르고 태평성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자!”

 

그의 말에 많은 백성들이 호응하여 누런 두건을 쓰고 장각의 반란에 가담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반란군은 무려 40~50만 명에 이르렀고,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관군들도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상황이 급해진 대장군 하진은 황제에게 보고했습니다,

 

조정에서는 곧바로 조서를 내려 전국 각지에 반란군을 막을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울러 노식, 황보숭, 주준 같은 뛰어난 장수들에게 정예병을 맡겨, 세 방향에서 반란군을 토벌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유주에 다가온 위기와 유언의 의병 모집

 

이야기를 이어가면, 장각의 군대가 유주의 경계를 침범해 들어왔습니다.

유주의 태수인 유언은 강하군 경릉현 출신으로, 한나라 노공왕의 후손이었습니다.

당시 유언은 적병이 곧 도착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교위 추정을 불러 대책을 의논했습니다.

추정이 말하길, “적의 병력은 많고 우리 병력은 적으니, 태수께서는 서둘러 군사를 모집해 대비하셔야 합니다.”

유언은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해 곧바로 방을 붙여 의병을 모집했습니다.

 

영웅의 등장 

 

모집문이 탁현에까지 이르자, 탁현에서 한 영웅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독서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으나 성품이 너그럽고 말수가 적었으며, 기쁘거나 화가 나도 그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큰 뜻을 품고 있었고 오로지 천하의 호걸들과 교분을 쌓기를 좋아했습니다.

 

키는 일곱 자 다섯 치였고, 두 귀는 어깨에 닿고, 두 팔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체구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귀를 눈으로 돌아볼 수 있었고, 얼굴은 옥처럼 빛났으며 입술은 연지를 바른 듯 붉었습니다.

 

이 사람은 중산의 정왕 유승의 후손이었고, 한나라 경제의 현손으로, 성은 유 씨이며 이름은 비, 자는 현덕이었습니다.

예전에 유승의 아들 유정이 한나라 무제 때 탁록정후에 봉해졌으나, 황제에게 바친 주금(황금이나 돈)이 적어 작위를 잃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그 후손이 탁현에 머물게 된 것입니다.

 

유비의 할아버지 이름은 유웅이고, 아버지 이름은 유홍이었습니다. 유홍은 효렴과에 급제하여 벼슬에 올랐으나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비의 어린 시절과 운명의 복숭아나무

 

유비(자는 현덕)는 일찍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며 자랐습니다.

집안 형편은 넉넉지 않아 짚신을 만들어 팔고 돗자리를 짜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의 집은 탁현의 누상촌에 있었고, 집의 동남쪽에는 높이 다섯 길이 넘는 큰 뽕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나무가 워낙 무성해 멀리서 보면 마치 수레 지붕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관상가가 그의 집 앞을 지나가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집에서는 반드시 귀한 인물이 태어날 것입니다.”

 

현덕은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그 뽕나무 아래에서 놀면서 큰 뜻을 품은 말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나는 언젠가 천자가 될 거야. 그러면 이처럼 큰 덮개를 씌운 수레를 탈 수 있을 거야.”

 

이 말을 들은 그의 숙부 유원기는 기특하게 여기며 “이 아이는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형편을 안타깝게 여기고 늘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도와주었습니다.

 

현덕이 열다섯 살이 되자 어머니는 그를 유학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이름난 학자인 정현노식을 스승으로 모시며 학문을 닦았고, 공손찬 같은 벗들과 교류하며 뜻을 키워 나갔습니다.

 

 

운명적 만남 - 장비와 관우

유주태수 유언이 군사를 모집하는 방을 붙였을 때, 현덕, 즉 유비는 스물여덟 살이었습니다.

그는 방을 읽고는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을 한탄하며 길게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그때 그의 뒤에 있던 한 사람이 성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대장부라면 나라를 위해 힘을 내야지, 어찌 긴 한숨만 쉬고 있는가?”

 

유비가 돌아보니 그 사람은 키가 8척에 이르는 장신이었고, 표범 같은 머리와 동그란 눈을 가졌으며, 제비처럼 뾰족한 턱과 호랑이 같은 수염이 인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목소리는 천둥처럼 크고 기세는 달리는 말처럼 당당했습니다.

유비는 그의 비범한 모습을 보고 이름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습니다.

 

“나의 성은 장이고, 이름은 비입니다. 자는 익덕이라고 합니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탁현에 살고 있습니다.  논과 밭이 꽤 있지만 술을 팔고 돼지를 잡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나는 오직 천하의 영웅들과 사귀는 걸 좋아합니다. 마침 공께서 방을 보고 한탄하시기에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물어본 것입니다.”

 

유비는 그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말했습니다.

 

“나는 한나라 왕실의 후손으로 성은 유 씨, 이름은 비입니다. 지금 황건적이 반란을 일으켜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다 들었소. 적을 무찌르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싶지만, 내 힘이 미치지 못해 한스러울 뿐입니다. 그래서 길게 탄식하고 있었소.”

 

그러자 장비가 대답했습니다.

 

“나에게 재산이 꽤 있으니 시골의 군사들을 모아 공과 함께 큰일을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유비는 크게 기뻐하며 장비와 함께 주막으로 들어가 서로 마음을 나누며 술을 마셨습니다.

 

복숭아밭에서의 결의

 

한참 술을 마시고 있던 중에 한 건장한 사내가 짐수레를 밀고 술집 앞에 와 수레를 세워놓고 주막 안으로 들어와 앉았습니다.

그가 술집 심부름꾼을 불러 말했습니다.

 

“어서 술 한 잔 따라오게. 마시고 성에 들어가 군대에 지원해야겠네.”

 

유비는 그 사내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키는 아홉 자에 이르고 수염은 두 자 길이였으며, 얼굴은 붉은 대추 같고 입술은 연지를 바른 듯 선명하게 붉었습니다.

눈은 봉황새의 눈을 닮았고 눈썹은 누운 누에 모양으로 짙고 선이 굵었습니다.

그 모습은 당당하고 위엄이 넘쳤습니다.

 

유비는 그에게 다가가 합석을 청하고 이름을 물었습니다.

그가 대답했습니다.

 

“나의 성은 관이고, 이름은 우입니다. 자는 장생이라 하다가, 뒤에 운장으로 바꾸었지요.

하동군 해량현 출신입니다.

원래 살던 곳에서 세도가가 권세를 믿고 사람들을 못 살게 구는 것을 참지 못해 그를 죽이고, 이후 5~6년 동안 강호를 떠돌았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군사를 모집해 황건적을 무찌른다 하니 특별히 지원하려고 왔습니다.”

 

유비가 곧 자기 뜻을 이야기하자 운장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세 사람은 장비의 집으로 함께 가서 큰 계획을 의논했습니다.

장비가 말했습니다.

 

“우리 집 뒤에 복숭아밭이 있는데, 꽃이 지금 한창 피었습니다. 내일 그곳에서 하늘과 땅에 제사를 올리고 우리 세 사람이 의형제를 맺어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면 큰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비와 운장이 함께 말했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감상

이 글은 당시 영웅들의 첫 만남과 결의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충의와 의리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고대 중국의 미덕을 잘 보여줍니다. 장각의 반란과 그를 따르는 수십만 백성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정치적 혼란과 황건적의 난을 일으킨 민심의 흐름이 자연스레 드러납니다. 특히, 유비가 주변의 존경을 받게 된 성품과 배경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후대의 영웅들이 갖춰야 할 덕목과 강력한 소명의식을 강조합니다.

 

한편, 유비와 장비, 관우 세 사람이 서로의 의지와 꿈을 공유하며 의형제를 맺는 과정은 큰일을 앞둔 운명적 동지애를 부각시키며 감동을 줍니다. 이 장면을 통해 삼국지의 핵심인 의리와 우정, 그리고 국가와 백성을 위한 강한 책임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각 인물의 외모와 말투까지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역사적 인물들의 생동감이 극대화되며,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삼국지 이야기의 매력을 느끼게 해줍니다.